
지난해 9월 병원을 찾은 당시 고려대 소속 이우석(22·현대모비스)은 의사에게 이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전날 열린 대학리그 경희대 전에서 별안간 왼쪽 발목에서 ‘뚝’하는 소리를 들었다. 진료 결과 경비인대와 전거비인대가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프로농구(KBL) 신인 드래프트를 두 달 앞두고 찾아온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3개월 넘게 이어진 재활에 그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현대모비스가 전체 3순위로 그를 지명했지만, 부상 회복에 정규리그의 절반 이상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드래프트 동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컸다. 온 몸의 근육이 다 빠지면서 재활 후에는 기초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웃지 못할 행운이 따랐다. 대조초 시절 농구에 관심이 생긴 그는 스카우트차 학교를 방문한 연가초 농구부 코치에게 실제로 160cm인 어머니의 키를 170cm라고 말했다.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가초 코치는 키 190cm의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 키가 크단 소리에 그가 앞으로 많이 클 거라 생각하고 그를 영입했다. 다행히 그는 197cm의 장신으로 성장했다.
농구를 그만두고 싶던 순간도 있었다. 명지중 1학년 시절 왼쪽 무릎에 부상이 생기면서 1년 정도 운동을 쉬게 되자 10kg가량 살이 쪘다. 기량을 회복하는 데 애를 먹던 그는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울며 떼를 썼다. 어머니는 “안늦었으니 그럼 그만두라”고 냉정히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자신도 모르게 다시 농구 코트에 서 있었다. 그만큼 농구가 좋았던 것이다.

그는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쉽게 신인왕을 놓친 만큼 올해는 다섯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말했다. 다섯 마리 토끼는 신인상과 기량발전상, 식스맨상을 비롯해 팀의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그의 롤모델은 미국프로농구(NBA)의 루카 돈치치(22·댈러스)다. 돈치치처럼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서다. 그는 “나를 ‘몹(현대모비스)의 미래’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현대모비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보이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겠다”고 밝혔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