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도 수준 차이 인정…한국 궁사들의 훈련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5일 2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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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20)과 강채영(25), 장민희(22)는 8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상대 팀에 내주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에 나간 적이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경험 부족이 지적됐으나 더욱 완벽하게 정상에 섰다. 상대팀들은 한국과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지레 위축이 돼 실수를 남발했다. 패한 뒤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준 차이를 인정했다.

철저한 준비와 전폭적인 투자가 최강 한국 양궁이 느낄 수 있던 심리적 부담과 경기력 저하 변수를 원천 봉쇄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주변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진천선수촌 양궁 세트에서 집중적으로 실전 훈련을 했다. 일정하지 않은 흐름으로 부는 강한 바람, 카메라 셔터 소리, 취재진 등의 이동 동선, 양궁장 주변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음 등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가정해 훈련을 했다. 해변에 위치한 도쿄 양궁장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도 1주일 동안 강한 바닷가 바람에 적응하는 특별 훈련을 했다.

강채영은 시상식을 마친 후 “대한양궁협회가 올림픽 경기장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 매일 실제 올림픽 경기를 하는 것처럼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 양궁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 양궁장이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본지 해설위원은 “올림픽 전에 경기장을 똑같이 만들어서 훈련을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도쿄올림픽 양궁장이 선수들에게는 집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5차례 선발 과정을 거친 경험도 선수 각자에게 든든한 밑천이 됐다. 안산은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49등을 했을 때가 너무 힘들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솔루션’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성진 위원은 “백지 한 장 차이인 선수들이 바늘구멍 같은 대표 선발전을 거치며 강해질 대로 강해진다”며 “이제는 신인 선수들이 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한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경기 도중 웃고 장난까지 치며 편안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시상식을 마친 뒤 주장 강채영은 “경기장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BTS(방탄소년단) 노래가 아니라 아쉬웠다”고 웃으면서 개인전 의지를 다졌다.

단체전에서 활 쏘는 순서는 평소 훈련 과정에 축적된 수천 발 결과에 따라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조합으로 결정됐다. 짧은 시간 안에 과감하게 활을 쏘는 안산이 막내지만 1번 주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은 순번 별로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알려주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했다.

단체전 9연패를 이룬 신궁 삼총사는 29~30일 열리는 개인전에 나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랭킹 라운드에서 세 명이 1,2,3위를 휩쓸었기 때문에 4강전까지는 한국선수끼리 맞붙지 않게 된 점도 개인전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집안싸움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관왕을 노릴 수 있게 된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개인전 욕심은 없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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