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는 울었지만 ‘박지수 효과’는 어마어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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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센터’ 막으려 각팀 고심
맞붙은 선수들 한 단계 성장하고
다양한 전략 나오며 리그도 발전

삼성생명은 KB스타즈 박지수(가운데)를 봉쇄함으로써 2020∼2021시즌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진은 삼성생명 김한별과 김보미가 박지수를 밀착 마크하는 모습. WKBL 제공
삼성생명은 KB스타즈 박지수(가운데)를 봉쇄함으로써 2020∼2021시즌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진은 삼성생명 김한별과 김보미가 박지수를 밀착 마크하는 모습.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2020∼2021시즌이 삼성생명의 기적 같은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규리그 초반 경쟁력 저하 등이 우려됐다. 그러나 막판 순위 경쟁, 접전과 이변이 벌어진 플레이오프(PO),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한국 여자농구의 갈 길이 제시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KB스타즈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지만 시즌 내내 ‘국보 센터’임을 몸으로 보여준 박지수(사진)의 존재가 나머지 팀에 던진 파급 효과는 컸다. 코트에서 박지수를 막을 방법을 찾다 보니 팀마다 맞춤 전략과 공수 패턴 분석이 심층적으로 이뤄졌다. 또 모든 포지션에서 박지수에게 맞설 선수들의 잠재력을 뽑아낼 기회도 얻었다.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공격 시 포워드 김한별에게 외곽 리딩을 맡기고, 반대편에서 배혜윤이 박지수를 외곽으로 유인해 골밑을 비우게 만들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정규리그 때 몇 차례 활용한 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세밀하게 가다듬은 카드였다. 여기에 포인트가드 윤예빈은 외곽이 아닌 인사이드 공략 비중을 높였고, 상대 수비가 모이면 김단비가 3점 슛으로 연결하도록 했다. 각 팀 4번(파워포워드), 5번(센터) 포지션 선수들이 박지수를 괴롭히려면 3점과 외곽 슛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우리은행 김소니아도 176cm의 키로 박지수(196cm)를 상대하며 외곽 슛뿐만 아니라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능력까지 향상됐다.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들이 박지수를 의식하고 단점을 역이용하는 디테일과 요령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적의식을 갖게 된 건 의미 있는 수확이다. 어느새 ‘박지수 때문에 우리 팀이 손해를 보고 있고, 박지수에게 맞설 선수가 없다’는 핑계가 점차 코트에서 사라졌다. 다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소속팀 라스베이거스로 복귀할 박지수는 다음 시즌 더 성장해 돌아올 예정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여자프로농구#박지수 효과#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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