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4차연장서 샷이글… ‘잊혀진 천재’가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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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데뷔 첫 우승… 김태훈 등 2명과 연장 들어간 뒤
전재한과 피말리는 접전 끝 환호, 2억원 받고 단숨에 상금 2위로
2013 아태아마선수권 제패했지만… 프로선 부진, 작년 2부리그 수모
“여자친구인 캐디, 훈련 큰 도움”

이창우가 2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4차례 연장 혈투 끝에 환상적인 샷 이글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뻐하고 있다. 이창우는 여자친구인 캐디와 함께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만들었다. KPGA 제공
이창우가 2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4차례 연장 혈투 끝에 환상적인 샷 이글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뻐하고 있다. 이창우는 여자친구인 캐디와 함께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만들었다. KPGA 제공
4차 연장전이 진행된 18번홀(파5). 홀까지 약 80m를 남기고 러프에서 이창우(27·스릭슨)가 날린 세 번째 샷이 그린에 툭 떨어지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창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성을 지르며 껑충껑충 뛰었고,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한 전재한(30)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듯 웃으며 축하의 포옹을 해줬다. 직전에 전재한은 세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여 놓으며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이창우는 샷 이글로 긴 승부를 끝냈다.

이창우가 2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2014년 투어 데뷔 후 첫 우승이자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3라운드까지 합계 2언더파 단독 1위로 4라운드를 맞은 이창우는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김태훈(35) 전재한과 동률을 이뤘다. 1차 연장에서 김태훈이 보기로 탈락했고, 이창우와 전재한은 1∼3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4차 연장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4차 연장에서 짜릿한 샷 이글로 우승 상금 2억 원을 받은 이창우는 제네시스 포인트 및 상금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이창우는 여자 친구이자 프로골퍼 출신 전문 캐디인 여채현 씨(28)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이창우는 “교제한 지 1년 좀 넘었다. 지난해 부진할 때 ‘훈련하기 싫다’고 하면 항상 집으로 데리러 와서 연습장에 데려갔다.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프로 첫 승을 이뤄 정말 기쁘다. ‘이창우가 돌아왔다’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수영 선수 출신인 이창우는 2010년대 초반 절친 이수민(27)과 아마추어 무대 강자로 군림했다. 스무 살이던 2013년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덕분에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도 출전했다. 그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까지 하며 ‘골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이듬해 프로 신분으로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이창우는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부진을 거듭했다. ‘게으른 천재’ ‘잊혀진 천재’가 돼 슬럼프를 겪었고 2019년에는 1부 투어 자격을 잃고 2부인 ‘KPGA 챌린지투어’(현 스릭슨투어)에서 뛰기도 했다. 이창우는 “2부에서 뛸 때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다시 올라가야죠’라는 말과 함께 사인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큰 자극을 받았다. 다시 1부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페럼클럽은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이 높은 곳.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올 시즌 최소인 5명에 불과했다. 나흘 연속 언더파를 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이창우#잊혀진 천재#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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