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코로나19 안전지대 없다…K리그, 큰 시험대 놓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21일 05시 30분


새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는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수십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한 도시에 연고한 대구FC는 초비상이 걸렸다. 시즌 개막과 일정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21일 K리그 대표자 회의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 대구 DBG대구은행파크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새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는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수십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한 도시에 연고한 대구FC는 초비상이 걸렸다. 시즌 개막과 일정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21일 K리그 대표자 회의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 대구 DBG대구은행파크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중국 우한에서 발병,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잠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코로나19는 최근 다시 확산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십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추가돼 정부와 관계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100명을 돌파한 확진자 이외에 20일까지 감염이 의심돼 검사가 진행 중인 사람들만 1600여 명이 넘을 정도다.

2020 시즌 개막(29일)을 앞둔 K리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실외 종목이라곤 하나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같은 공간을 찾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최고 인기구단으로 자리매김한 대구FC가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한국형 축구전용경기장이라고 호평받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강원FC와 정규리그 홈 1라운드를 펼칠 대구는 18~20일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역 확진자들로 인해 홈경기 준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상에 ‘도시 폐쇄’라는 당혹스런 루머가 등장하고, 도심 최대 번화가에는 인적이 끊겨 공동화 현상이 생길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대구시는 19일 긴급회의를 열었고, 대구 구단에 “‘홈 개막전 연기’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요청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구 구단도 연맹에 관련 공문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부담스러운 원정을 앞둔 강원 구단은 대구시의 요청이 충분히 옳다는 분위기다.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 사무국 프런트, 팬들까지 원정에 동참하기에 모든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연기 요청’을 연맹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주말까지도 연맹은 “개막 연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일정 조정에 따른 파이널 라운드 취소 등 스케줄 조정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좋든 싫든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할 단계로 접어들었다. 연맹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일단 K리그 개막과 관련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21일 열리는 K리그 대표자 회의다. 각 구단 사장·단장들이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정기적인 만남이지만 이번 회의는 어두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어떤 결정이 나올 지는 예단할 수 없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개막은 팬들과의 약속인 만큼 일단 진행하자는 쪽이 있는 반면, 보류하자는 의견도 있다. 문제가 발생한 대구-강원전만 조정하고 나머지 경기들은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같은 구단에서도 수뇌부와 실무진의 생각이 다른 경우도 많다.

그러나 ‘책임’에 대한 부분은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도·시민구단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예민하고, 기업구단들은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히 의견을 내세우기 어렵다. 탄력적인 (일부) 일정 연기와 경기 수 조정 등을 일각에서 해법으로 거론하나 코로나19 심각성 기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K리그는 지난해 꽃길을 걸었다. 역대급 우승경쟁과 뜨거운 순위 다툼이 맞물려 시즌 내내 흥행이 계속됐다. 모처럼 찾아온 ‘축구의 봄’이 코로나19와 함께 사라질 위기다. 뚜렷한 묘안이 없는 현 사태를 K리그는 어떻게 타개할까. 정말 ‘솔로몬 해법’은 없을까. 또 한 번의 큰 시험대에 놓인 우리의 K리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