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았던 선수로 기억되길…” 영원한 LG맨으로 떠난 이동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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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 은퇴식을 갖는 LG 이동현이 7회초 등판해 두산 박세혁을 삼진 아웃 시킨 후 교체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 은퇴식을 갖는 LG 이동현이 7회초 등판해 두산 박세혁을 삼진 아웃 시킨 후 교체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수술대에 오르기만을 세 차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LG 트윈스 투수 이동현(36)의 투지는 선수 생활을 마치는 순간까지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팬들로 한가득 채워진 잠실구장은 이동현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헌신한 19년의 가치를 증명했다.

‘영원한 LG맨’으로 선수 인생을 끝맺음했다. 2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7회 구원 등판한 이동현은 박세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은퇴를 알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장식했다. “19년간 LG에 몸담으며 단 한 번도 허투루 공을 던진 적이 없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투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동현은 하늘 위로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려 기쁨을 만끽했다.

곧이어 박용택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이동현을 끌어안고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이동현은 동료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덕아웃으로 향했고 홈 팬들은 이동현의 이름을 연호했다. 팔꿈치 인대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동현이다. 지난 8월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통산 700경기 출장의 진기록을 작성했던 이동현은 명예로운 은퇴 경기를 끝으로 피와 땀이 서린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은 내게 과분하다. LG에서 오래 뛰었고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선수이기 이전에 LG의 오랜 팬이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이동현을 위해 홈 팬들은 뜻깊은 은퇴 선물을 안겼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이 부진한 성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LG만이 10개 구단 유일 100만 관중 달성을 눈앞에 두며 인기 구단의 자존심을 세웠다. “꼭 10년 연속 100만 관중 달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외야까지 꽉 채워 응원을 해주신다면 영광스러운 기록과 함께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동현의 바람대로 두산전이 열린 이날 잠실에는 시즌 4번째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30일 롯데와의 마지막 홈경기에 1만1642명 이상의 손님이 더 찾아오면 대기록이 완성된다.

이동현에게 프로 2년차 시즌이었던 2002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당시 정규시즌 78경기(124.2이닝)에 나서 평균자책점 2.67 8승 7세이브 6홀드를 기록하는 투혼을 발휘했고 개인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아봤다. 당시 ‘혹사’라는 평가가 뒤따르지만 그는 “그때 김성근 감독님께서 나를 중요한 자리에 써주셨기 때문에 오늘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몸 관리를 잘해서 삼진을 하나라도 더 잡고 한 점이라도 덜 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그라운드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됐지만 LG맨으로서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10월 3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하는 LG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숨은 조력자로 함께 뛸 생각이다. 이동현은 “우리에게 유광점퍼는 참 무거운 의미를 갖고 있다. 가을야구를 하는 동생들 덕분에 더욱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 같아 정말 고맙다”며 “이제 그라운드 밖에서 열심히 후배들을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숙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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