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희생이 만든 158전 159기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3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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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성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여자골프가 전 세계적으로 강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골프가 여자선수들에게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집안의 모든 것이 걸린 패밀리 비지니즈다. 그래서 다른 어느 나라 선수들보다 골프에 올인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버지들의 희생이다. ‘골프 대디’가 없다면 대한민국 골프도 사라진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158전159기를 달성한 강성훈(31·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강희남 씨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강성훈은 없었다. 제주도에서 식당을 했던 아버지는 강성훈의 영원한 응원군이자 지원자다.

골프를 하는 사람치고 제주도에 가서 그의 아버지가 대접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버지는 아들의 골프생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가족의 경제적인 지원이 없다면 선뜻 뛰어들기도 제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골프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난히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이 바로 골프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은 다행히 골프실력이 좋았다. 엘리트코스를 차근차근 밟았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아마추어 시절 제주도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롯데스카이힐CC 오픈에서 우승했다. 아버지가 동네사람들에게 얼굴을 펴고 웃을 수 있었던 날이었다. 2007년 아들은 프로로 전향했다. 2년 뒤 제주도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렸던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하며 해외투어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보여줬다.

아들은 PGA 투어 진출의 꿈을 꿨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후원했다. 이미 조기 골프유학도 보내준 터였다. 그 덕분에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미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쉬웠던 강성훈이었다. 하지만 PGA 투어 우승이라는 마지막 점을 찍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아버지는 한국식 손님대접의 정신을 PGA 투어 선수들에게 보여준 적도 있다. 2년 전 처음 열린 더CJ컵@나인브릿지 출전을 위해 찾아온 동료들에게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강성훈은 대회에 참가한 78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모처럼 고향에서 열리는 큰 대회인지라 아버지와 아들은 참가선수들에게 한국의 맛과 멋을 경험시키고 싶었다.

약 40명의 선수를 한 자리에 모아서 강성훈 부자는 맛있는 저녁을 대접했다. 아버지 강희남씨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쉽지 않은 만찬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국적이 각각 다른 선수들이지만 내게는 모두 아들 같은 존재다. PGA 투어 선수들이 타지에서 외롭게 투어생활을 하는 만큼 꼭 함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더CJ컵@나인브릿지가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 계속해서 이 행사를 이어가고 싶다. 한국과 제주도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들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했다.

이런 아버지의 헌신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있었기에 강성훈은 힘든 투어 생활을 이겨내며 조금씩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13일 새벽 아들은 TV 앞에서 가슴조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아버지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즉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제가 해냈어요.”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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