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광현의 변화, 120승에서 맞이한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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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31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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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스포츠동아DB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앞으로 거둬야 할 승리가 더 많으니까요.”

SK 와이번스 김광현(31)에게 개인통산 120승은 새로운 출발이다. 2019시즌 첫 승이 개인 커리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동료들과 함께 만든 승리라 더욱 값졌다.

김광현은 2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6이닝을 2자책점으로 버텼는데, 동료들이 5점의 득점지원을 안겨줘 승리투수가 됐다. 31일 키움전에 앞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 그는 “데뷔 첫 승과 100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운드를 내려와 가장 가슴을 졸였던 순간들이었다”며 “120승을 만들어주신 팬들과 감독님,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겨울 과감히 변화를 택했다. 선발등판을 앞둔 날이면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캐치볼로 몸을 풀기 시작했는데, 새 시즌을 앞두고는 그 시간을 5분 늦췄다. 라일 예이츠 전 퀄리티 컨트롤 코치와 손혁 투수코치의 제안이었다. 근래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대다수는 경기 시작을 7~10분 남겨두고 몸 풀기 과정을 마치는 추세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2018시즌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한 김광현 역시 이 변화를 받아들였고, 새 루틴에 차츰 적응해나가는 단계다.

12년간 지켜온 루틴을 깨는 데는 두려움이 따랐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에이스는 이를 이겨내고 있다. 김광현은 “원래 경기 시작 전까지 15분을 쉬었는데, 10분으로 줄었다”며 “너무 많이 쉬고 나서 경기에 들어가면 부상 위험이 있어 캐치볼 시작 시간을 5분 늦추는 데 수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부터 새 루틴을 따르고 있다. 크게 다른 건 없다. 물론 아직 심적으로는 불안해서인지 1회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구위나 스피드가 잘 나온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5명으로 이뤄진 선발진의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더욱이 새 시즌 투수조장까지 맡게 됐다. 김광현은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나를 잘 쫓아올 수 있도록 앞에서 잘 이끌어줘야 한다”며 “어떻게든 많은 이닝을 끌고 가줘야 내 뒤에 나오는 중간투수, 다음 선발투수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몫을 하는 것이 먼저다. 타자들의 능력이 좋으니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들이 올 시즌 홈런 250개는 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김광현은 요즘 덕아웃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염경엽 감독 역시 “광현이가 솔선수범을 하겠다더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선수들이 잘했으면 해서다. 아무래도 내가 파이팅을 하는 것이 선수들의 귀에 더 잘 들어갈 것”이라는 김광현은 “더 많이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작은 것에서부터 이뤄나가고 있다.

고척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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