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단독 인터뷰] 59년 만에 정상 도전 아시안컵 심층 진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7일 0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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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KBS
이영표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KBS
2019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이 6일 개막하면서 28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1956년 막을 올린 아시안컵은 이번이 17번째다. 한국은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함께 조별리그 C조에 편성됐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956년(1회)과 1960년(2회) 연속 우승 이후 59년 동안 우승이 없다. 이번에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품은 이유다. 이영표(42) KBS 해설위원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지난 대회까지 아시안컵에 참가한 태극전사 중 최다경기 출전선수다.

2000년과 2004년, 2011년 등 3개 대회에 참가해 총 16경기를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뛰었다. 2007년은 부상으로 빠졌다. 풍부한 경험만큼 날카로운 분석과 탁월한 예측은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그의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시안컵은 언제인가.

“2011년 대회가 특히 아쉬웠다. 준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었는데, 경기를 정말 잘 하고도 승부차기에서 졌다. 결국 무패를 하고(승부차기 공식기록은 무승부) 3위를 했다. 그 대회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0년 대회에서도 사우디와 4강에서 붙었는데(8강에서 이란을 이겨 분위기를 탔지만), 1-2로 진 게 아쉬웠다.”

-한국축구와 아시안컵은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등한시한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도 월드컵 다음으로 아시안컵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기를 조금 구분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까지는 실력 면에서 우리가 조금 부족했다. 1970년~1980년대에는 동남아시아 축구가 셌던 시절이다. 또 1980~1990년대에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축구가 엄청 강했다. 이런 탓에 우승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0년대 들면서 우리는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2000년(3위)이나 2011년(3위)에는 실력으로 보면 우승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어떻게 전망하나.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현재의 선수구성이 예전보다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마도 2011년이 지금보다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구성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을 하는 건 아니다. 대표팀의 질서와 일관성, 준비단계 등 이런 다양한 점을 살펴보면 이번 대표팀은 매우 강하다. 그래서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승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을 수 있다. 스스로 축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못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정신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심리적으로는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균형을 이룰 때 강한 팀이 되고, 우승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팀은 밸런스가 잘 잡혔다.”

-결승에서 경쟁할 만한 팀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전통적으로 강한 이란이나 일본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경기력 이외에 변수가 될 만한 걸 꼽는다면.

“중동에서 열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게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에서 대회가 열리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동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에 우승을 내주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다.”

● “손흥민의 희생 플레이 있어야 우승도 가능”

-요즘 손흥민의 활약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나는 그게 아시안컵에서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손흥민이 스스로 골을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마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미인가.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희생정신이 대단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역할은 아주 컸다. 그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이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면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가장 위협적인 손흥민에게 집중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상대 여러 명이 작심하고 막으면 뚫기 힘들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처럼 손흥민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찬스를 만들어줄 때 우리 공격수에게 상당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골 넣을 기회가 많아진다. 손흥민이 드러나지 않지만 대신에 팀은 강해진다. 이게 우승여부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다.”

-요즘 손흥민이 너무 많이 뛰어 체력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건 2가지 이유에서다. 너무 많이 뛸 때와 그리고 안 뛰었을 때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후자다. 이는 훈련을 많이 해야 컨디션이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많이 뛰어서 체력이 떨어진 경우는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2~3일만 쉬면 금방 올라온다. 내 경우도 그랬다. 선수시절 한해 60~70경기를 뛰었지만 조금만 쉬면 회복됐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 뛰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지, 많이 뛰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황의조의 골 결정력은 이번에도 통할까.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가 좋은 모습을 보인 건 개인적인 능력도 뛰어났지만 옆에 손흥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 자체가 상대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줬기 때문에 황의조에게 찬스가 많이 났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을 가져가야 한다. 상대가 손흥민을 마크하면 할수록 황의조에게 기회가 많이 올 것이다. 그 찬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은 수준차이가 있는데.

“23세 이하 선수와 성인 선수의 차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와 연령 제한 없는 와일드카드 3명이 출전). 하지만 23세 정도면 완성된 선수다. 그래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아시안게임처럼 9골까지 넣을 필요는 없다. 공격수라면 5골 정도면 충분히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그 정도만 해줘도 우승의 발판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 “일관성 있는 벤투 감독 스타일”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관성 있는 스타일이다. 벤투 감독은 ‘다른 선수로 같은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모든 감독이 원하는 목표이지만, 쉽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격은 다른 선수로 같은 공격을 할 수가 없다. 공격은 선수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말하는 건 수비 조직력이다. 축구에서는 상대가 공격할 때 어떻게 수비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수비는 감독이 만들 수가 있다. 벤투 감독은 그걸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평가전을 통해 봤지만 우리는 수비적으로 안정된 팀이 됐다.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라인까지 모두 헌신적이 되면서 수비 조직력이 다져졌다. 이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 조직력이 우승할 만한 수준인가.

“공격을 잘하는 팀은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선수들은 감독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를 경기장에서 잘 풀어가고 있다.”

-장현수가 빠진 이후 중앙 수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센터 백에 좋은 선수가 많지만 김영권과 김민재가 확실한 주전으로 꼽힌다. 장현수가 있을 때는 3명이 주전감으로 경쟁을 했다. 하지만 장현수가 빠지면서 불안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들 2명 중에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될 경우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 두 선수만으로 대회 끝까지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때가 문제다. 대체선수 중 확실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데, 이런 우려를 지워야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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