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던 SK 와이번스도, 뒤쫓던 넥센 히어로즈도 결코 한 눈을 팔 수 없는 처지에서 펼쳐진 네 번째 대결. 31일 고척스카이돔의 시계는 무심히 흘러갔지만, 양 팀 덕아웃은 순간순간 숨을 죽인 채 필드의 상황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했다. SK-넥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은 9회까지도 뜨거웠다. 만에 하나 패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SK는 우완 문승원, 역대 PO 세 번째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꿈꾼 넥센은 좌완 이승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 모두 개인 두 번째 포스트시즌(PS) 등판이었다. 경기의 비중을 고려하면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눈길이 쏠렸다. 게다가 양 팀 공히 4차전을 염두에 둔 듯 불펜의 에이스를 아껴둔 상태였다. SK는 앙헬 산체스, 넥센은 안우진을 전날 3차전에서 짧게 활용하고는 재빨리 덕아웃으로 불러들였다. 5차전으로 넘어가면 최소 하루의 휴식일이 보장되는 터라 일찌감치 불펜 총동원이 예상된 4차전에선 결국 넥센이 4-2로 웃었다. 두 팀의 5차전은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Q=문승원과 이승호는 똑같이 4이닝씩 던지며 제 몫을 해준 것 같다. 두 투수 모두 PS 첫 등판 때보다는 한결 안정적으로 투구했다.
A=이승호는 1회초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로 몰렸지만, 상대 중심타선을 삼진과 땅볼로 잡고 큰 위기를 넘겼다. 우타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바깥쪽 직구,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등 투 피치로 상대했다. SK 타자들은 이 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문승원은 시속 140㎞대 중후반의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짧은 변화, 큰 변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급조절해 타자의 타이밍을 잘 빼앗았다.
Q=넥센 제리 샌즈가 또 결정적 한방을 터트렸다. 4회말 1사 1루서 몸쪽 높은 슬라이더(시속 140㎞)를 선제 결승 좌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A=1사 후 박병호의 사구에 이어 샌즈가 볼카운트 2B-2S에서 2점홈런을 날려 넥센이 승기를 잡았다. 왜 샌즈에게 그 볼을 승부구로 선택했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SK는 1차전 때도 8-5에서 8-8로 동점을 허용하는 결정적 3점홈런을 샌즈에게 맞았다. 그 때처럼 구종, 스피드, 코스가 거의 동일했다. SK 배터리가 왜 그 볼을 선택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너무도 뼈아픈 홈런이었다. 샌즈는 이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쳤다. 배터리는 힘 있는 외국인타자들을 상대할 때 힘으로 맞서기보다는 완급조절로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트리는 패턴으로 콤비네이션을 해야 한다. 힘으로 상대해서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
Q=2점을 선취한 뒤 넥센 벤치는 공수에 걸쳐 기민하게 움직였다. 3차전(7회)과 달리 안우진을 5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렸고, 6회말에는 스퀴즈번트까지 감행한 끝에 결국 쐐기득점에 성공했다.
A=넥센은 4회말 승기를 잡고 5회초 무사 1루서 불펜의 키맨인 안우진을 투입해 상대 타선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기고 있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시도했다.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이어 6회말 1사 1·3루서 임병욱의 스퀴즈번트 타구가 포수 앞에 짧게 떨어지는 바람에 3루주자가 쉽게 아웃될 수도 있었는데 행운까지 따랐다. 기록상 3루수 나주환의 송구 실책이었는데, 첫 번째는 포수 허도환의 미스였다.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서건창을 3루 방향으로 더 몰고 갔어야 했다. 나주환의 위치선정 역시 나빴다. 너무 선상에 있었다. 페어라인 안쪽으로 위치를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주자와 일직선상에 서면서 송구 실책이 나왔다.
Q=안우진은 결국 SK의 추격전을 무력화시켰다. 안우진에 이어 9회초 등판한 이보근이 한동민에게 2점홈런을 내준 장면을 떠올리면 존재감이 더욱 돋보인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어린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A=신인답지 않게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으로 봤을 때 충분히 한국야구를 대표할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3차전에서 필요한 순간 1이닝을 잘 끊어줬는데, 4차전에선 훨씬 더 많은 4이닝을 꽁꽁 틀어막으면서 팀이 연승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말 앞날이 기대되는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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