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폴 인 베이스볼] 31일 PO 4차전…샌즈의 맹타, 안우진의 역투가 낳은 5차전 벼랑 끝 승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31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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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문승원(왼쪽)-넥센 이승호.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SK 문승원(왼쪽)-넥센 이승호.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앞서던 SK 와이번스도, 뒤쫓던 넥센 히어로즈도 결코 한 눈을 팔 수 없는 처지에서 펼쳐진 네 번째 대결. 31일 고척스카이돔의 시계는 무심히 흘러갔지만, 양 팀 덕아웃은 순간순간 숨을 죽인 채 필드의 상황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했다. SK-넥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은 9회까지도 뜨거웠다. 만에 하나 패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SK는 우완 문승원, 역대 PO 세 번째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꿈꾼 넥센은 좌완 이승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 모두 개인 두 번째 포스트시즌(PS) 등판이었다. 경기의 비중을 고려하면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눈길이 쏠렸다. 게다가 양 팀 공히 4차전을 염두에 둔 듯 불펜의 에이스를 아껴둔 상태였다. SK는 앙헬 산체스, 넥센은 안우진을 전날 3차전에서 짧게 활용하고는 재빨리 덕아웃으로 불러들였다. 5차전으로 넘어가면 최소 하루의 휴식일이 보장되는 터라 일찌감치 불펜 총동원이 예상된 4차전에선 결국 넥센이 4-2로 웃었다. 두 팀의 5차전은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Q=문승원과 이승호는 똑같이 4이닝씩 던지며 제 몫을 해준 것 같다. 두 투수 모두 PS 첫 등판 때보다는 한결 안정적으로 투구했다.

A=이승호는 1회초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로 몰렸지만, 상대 중심타선을 삼진과 땅볼로 잡고 큰 위기를 넘겼다. 우타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바깥쪽 직구,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등 투 피치로 상대했다. SK 타자들은 이 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문승원은 시속 140㎞대 중후반의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짧은 변화, 큰 변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급조절해 타자의 타이밍을 잘 빼앗았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사 1루에서 넥센 샌즈가 SK 선발 문승원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사 1루에서 넥센 샌즈가 SK 선발 문승원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Q=넥센 제리 샌즈가 또 결정적 한방을 터트렸다. 4회말 1사 1루서 몸쪽 높은 슬라이더(시속 140㎞)를 선제 결승 좌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A=1사 후 박병호의 사구에 이어 샌즈가 볼카운트 2B-2S에서 2점홈런을 날려 넥센이 승기를 잡았다. 왜 샌즈에게 그 볼을 승부구로 선택했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SK는 1차전 때도 8-5에서 8-8로 동점을 허용하는 결정적 3점홈런을 샌즈에게 맞았다. 그 때처럼 구종, 스피드, 코스가 거의 동일했다. SK 배터리가 왜 그 볼을 선택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너무도 뼈아픈 홈런이었다. 샌즈는 이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쳤다. 배터리는 힘 있는 외국인타자들을 상대할 때 힘으로 맞서기보다는 완급조절로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트리는 패턴으로 콤비네이션을 해야 한다. 힘으로 상대해서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넥센 안우진이 무실점으로 막은 뒤 코치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넥센 안우진이 무실점으로 막은 뒤 코치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Q=2점을 선취한 뒤 넥센 벤치는 공수에 걸쳐 기민하게 움직였다. 3차전(7회)과 달리 안우진을 5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렸고, 6회말에는 스퀴즈번트까지 감행한 끝에 결국 쐐기득점에 성공했다.

A=넥센은 4회말 승기를 잡고 5회초 무사 1루서 불펜의 키맨인 안우진을 투입해 상대 타선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기고 있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시도했다.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이어 6회말 1사 1·3루서 임병욱의 스퀴즈번트 타구가 포수 앞에 짧게 떨어지는 바람에 3루주자가 쉽게 아웃될 수도 있었는데 행운까지 따랐다. 기록상 3루수 나주환의 송구 실책이었는데, 첫 번째는 포수 허도환의 미스였다.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서건창을 3루 방향으로 더 몰고 갔어야 했다. 나주환의 위치선정 역시 나빴다. 너무 선상에 있었다. 페어라인 안쪽으로 위치를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주자와 일직선상에 서면서 송구 실책이 나왔다.

Q=안우진은 결국 SK의 추격전을 무력화시켰다. 안우진에 이어 9회초 등판한 이보근이 한동민에게 2점홈런을 내준 장면을 떠올리면 존재감이 더욱 돋보인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어린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A=신인답지 않게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으로 봤을 때 충분히 한국야구를 대표할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3차전에서 필요한 순간 1이닝을 잘 끊어줬는데, 4차전에선 훨씬 더 많은 4이닝을 꽁꽁 틀어막으면서 팀이 연승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말 앞날이 기대되는 투수다.

고척|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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