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들 “우리는 하나”… 꽃다발 주고받으며 첫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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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아이스하키 선수단 방남]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숙훈련 돌입
南선수들 “먼길 오느라 고생” 환영… 北선수들 “안녕하십니까” 화답
머리 감독 北선수에 전술노트 배포… 北 1명에 南 2명 붙어 ‘속성 과외’
결속력 높이려 라커 南-南-北 배치… 훈련장-식당 같이 쓰고 숙소는 따로

환한 표정의 남북 선수들과 감독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북한 선수들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위쪽 사진).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아래쪽 사진 왼쪽)과 
박철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남북 단일팀 환영행사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박 감독은 “짧은 기간에 힘과 
마음을 합쳐서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천=사진공동취재단
환한 표정의 남북 선수들과 감독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북한 선수들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위쪽 사진).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아래쪽 사진 왼쪽)과 박철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남북 단일팀 환영행사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박 감독은 “짧은 기간에 힘과 마음을 합쳐서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천=사진공동취재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참가할 북한 선수들을 이끌고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은 박철호 북한 감독(49)은 세라 머리 한국 감독(30·캐나다)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넸다. 이에 머리 감독은 서툰 한국말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오전 빙상 훈련을 마치고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한국 선수들도 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라는 환영 인사에 북한 선수들은 “안녕하십니까”라며 살짝 고개를 숙여 답했다.

올림픽 역사상 첫 단일팀을 결성하게 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합숙훈련이 시작됐다. 감독 1명과 선수 12명, 지원 인력 2명으로 구성된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낮 12시 29분 진천선수촌 정문을 통과했다.

남북 선수들은 빙상장 앞에서 6분간의 짧은 환영행사로 첫 만남을 가졌다. 빙상장 출입문 위에는 한반도기가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환영합니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념촬영에 앞서 선수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세 번 외쳤다. 박 감독은 “북남이 하나가 돼 굉장히 기쁘다. 짧은 기간에 힘과 마음을 합쳐서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짧지만 힘과 마음을 합친다면 좋은 승부가 있을 것이다”라면서 “경기에서 지겠다는 팀은 없다. 우리의 모든 육체 기술 등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촌 식당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스테이크, 된장찌개, 카레 등 뷔페식을 먹었다. 한상덕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부회장은 “북한 선수들이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한 공간에서 식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식사를 더 하고 싶으면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성공을 위해 결속력을 강조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이날 저녁 단일팀 선수 코칭스태프와 함께 1시간 30분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전술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한국 선수들은 오후 빙상 훈련을, 북한 선수들은 체력 훈련을 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재치 있는 소개도 많아 깔깔거리며 서로 웃었다”고 말했다. 이날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에게 ‘시스템북(전술 노트)’을 나눠줬다. 이후 ‘남북 합동 스터디’가 이어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북한 선수 1명에 우리 선수 2명씩 붙어 과외 형식으로 전술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빙상장 4층에는 단일팀 선수들이 사용할 35개의 라커가 설치됐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머리 감독이 남북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 한국 2명, 북한 1명 순으로 라커를 배치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하키를 ‘호케이’라고 부른다. 용어부터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빙상장과 체력단련장, 식당을 함께 사용하는 단일팀 선수들이지만 숙소는 분리돼 있다. 북한 선수들은 통상 훈련 파트너들이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진천선수촌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는 한국 숙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이며 11평짜리 2인 1실 6개에 머문다. 감독은 독방을 쓴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이 사용할 스케이트와 스틱 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니폼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지원한다.

단일팀은 2월 3일 인천으로 이동해 스웨덴과 평가전(4일)을 치른다. 이후 5일 강원 강릉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이번 주는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한 뒤 다음 주부터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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