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선형 “병실에서도 농구생각뿐…7시만 되면 나도 함께 뛰고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5시 45분


서울 SK 김선형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개막 직후 오른 발목이 꺾이는 큰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내년 초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요즘 병상에서 TV중계로 프로농구를 시청하며 잠시 코트를 떠나있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서울 SK 김선형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개막 직후 오른 발목이 꺾이는 큰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내년 초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요즘 병상에서 TV중계로 프로농구를 시청하며 잠시 코트를 떠나있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발목인대접합수술, 그후…

농구 못하는 줄 알았는데 불행중 다행
병실서 중계 보며 아내와 작전(?)회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곱씹어 보기도
회복까지 11주 남았는데 벌써 몸 근질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선수에게 최대의 적은 ‘부상’이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졌어도 부상이 발생하면 뛸 수가 없다. 부상은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불행이다. 지난 14일 개막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 선수가 속출해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프로농구 최고스타 김선형(29·SK)도 부상의 희생자가 됐다. 17일 울산에서 펼쳐진 현대모비스와의 원정경기 3쿼터 속공 레이업슛 시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이 완전히 꺾이는 큰 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발목 외측인대파열 및 일부골절 진단을 받아 18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선형을 만났다.

지난 현대모비스전에서 부상당한 김선형. 사진제공|KBL
지난 현대모비스전에서 부상당한 김선형. 사진제공|KBL

● “농구 못하는 건 아닐까?” 진단결과에 맘 졸여

김선형은 부상 직후 안쪽으로 완전히 꺾인 자신의 발목을 보고 큰 부상임을 직감했다. “발목이 꺾인 채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골절된 부위의 뼈가 살을 뚫고 나와 피도 났고요. 트레이너 형이 오자마자 발목을 잡고 뼈를 맞췄는데 뭔가 딱 맞아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놀란 기분이 좀 사그러지니까 그 후부터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어요.”

부상 직후 현대모비스 지정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일단 아내 석해지(27)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심을 시켰다. 걱정하고 있을 아내에게는 “괜찮다” 말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함께 앰뷸런스에 탑승한 트레이너에게 “저 올 시즌 복귀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트레이너 형이 아무 대답 없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 때 ‘아, 농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 도착해 의사 선생님이 상태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데 어떤 말을 할지 마음이 조마조마 했어요.”

김선형을 진단한 의사는 지난해 양동근이 손목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 초기 진단을 내렸던 이였다. 부상 직후 끔찍했던 상태에 비해서는 손상이 심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의사선생님이 인대손상이 있기는 하지만, 아킬레스건이나 운동능력에 영향을 주는 인대는 손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골절도 예상보다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요. 제가 발목이 꺾인 채로 병원에 왔다면 그 사이 손상이 더 있었을 텐데, 트레이너 형이 곧바로 맞춰준 것이 신의 한수였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SK 김선형. 스포츠동아DB
SK 김선형. 스포츠동아DB

● “농구, 벌써 그립지만 복귀는 천천히”

김선형은 18일 구단지정병원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이후 수술부위 치료를 위해 입원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곁에는 아내가 꼭 붙어 있었다. 부상을 당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5∼6평 남짓한 입원실에서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평소 낙천적인 성격의 김선형은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그동안 쉼 없이 농구를 계속 해왔는데 회복기간 동안 푹 쉰다고 생각해야죠. 팀 전지훈련에 국가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결혼 후에도 와이프랑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병원에서 하루 종일 얘기하고 같이 농구중계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평일 저녁 7시는 김선형 부부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프로농구 TV중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농구 중계를 챙겨본다는 그다. “TV중계로 우리 팀(SK)은 물론이고 다른 팀의 경기까지 보니까 느낌이 또 달라요. 흐름이 바뀌거나 승부를 결정지을 상황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나라면 어떻게 플레이 했을까’생각도 해봐요. 와이프랑 농구 회의를 하는 느낌이에요.”

김선형은 회복까지 1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상부위 회복과 재활진행 상태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지만, 농구선수로서 중요한 발목 부위를 크게 다쳤기 때문에 복귀를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여러모로 부상이 아쉬워요. 올 시즌 팀 전력이 탄탄하고 초반 분위기가 좋아서 좋을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대표팀도 마찬가지고요. 11월부터 홈&어웨이 A매치가 시작되잖아요. 여름에 대표팀에서 오세근 형을 비롯한 동료들과 정말 재밌게 농구를 했어요. 다른 나라 팀들과 농구를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고요. 하지만 당분간 농구를 할 수 없으니까 아쉬움이 크네요. 부상당한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농구가 하고 싶어요. 갈수록 더 하고 싶어질 텐데….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완벽히 회복해서 복귀할 생각입니다. 힘든 시간이겠지만, 이 과정을 겪는 가운데서 또 배우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