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도 바꾼다?’ 자체 2군 시스템의 중요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3일 05시 30분


두산 에반스-삼성 러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두산 에반스-삼성 러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국내 유망주의 산실로 통했던 자체 2군 시스템이 외국인선수의 재기를 돕는 ‘부활의 장’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구단별 2군 시스템은 성적과 성장을 위한 교두보로 여겨져 왔다. 10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144경기로 늘어난 페넌트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제대로 갖춰진 2군 환경이 필수요건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기조는 두산 ‘화수분 야구’의 진원지인 이천 2군 베어스파크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KBO리그 전체에 파급됐다.

● ‘이천 쌀밥’ 에반스 이어 ‘경산 휴식’ 러프

그런데 최근엔 2군 시스템이 국내 유망주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들에게도 효험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닉 에반스(두산)에 이어 올해 다린 러프(삼성)가 2군 복귀 이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에반스는 한국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초반 타격 부진으로 애를 먹었다. 4월 타율이 0.164에 그칠 정도로 적응이 쉽지 않았다. 결국 4월말 2군행 버스에 올라 2주간 이천에서 머물며 재기를 노렸다. 납득하기 어려웠을 2군 생활. 그러나 에반스는 최신식 시설로 마련된 베어스파크에서 마음의 여유와 기술적 보완을 모두 찾고 백조로 재탄생했다.

성공사례는 올해 러프로 이어졌다. 미국 시절 손꼽히는 거포 유망주로 꼽혔던 러프는 올 시즌 한국으로 건너온 직후 슬럼프에 허덕였다. 2군행 통보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의 2군 훈련지인 경산 볼파크는 푸른 눈의 이방인을 따뜻하게 품었다. 2군에 다녀온 뒤 17경기 타율 0.338, 4홈런, 12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러프는 “경산에서 부담을 내려놓고 내 스윙을 찾을 수 있었다. 타이밍을 맞추는 데 주력하면서 이제는 타석에서 차분하게 내 스윙을 가져갈 수 있다”고 효과를 대신 전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낯선 외국인들에게는 KBO리그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타자는 물론 투수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술적인 보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산과 삼성은 이러한 부분을 간파해 외국인선수들의 재기를 돕는 데 성공했다. 반면,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막내 kt는 1군(수원)과 2군(익산) 구장 거리가 멀다는 점 외에도 아직까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조니 모넬이 외국인타자 ‘퇴출 1호’의 불명예를 안은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런트의 시선이 더욱 넓어져야하는 이유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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