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으로 본 신태용호 전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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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 리틀 이근호… 성대모사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선수들은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린다. 정태욱(왼쪽)은 큰 키(195cm)에 비해 몸무게(88kg)가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어서 ‘작대기’라고 불린다. 윤종규(가운데)는 성인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강원)를 닮았다고 해서 ‘리틀 이근호’로 불린다. 신태용 감독의 말투를 곧잘 흉내 내는 이진현은 ‘성대모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선수들은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린다. 정태욱(왼쪽)은 큰 키(195cm)에 비해 몸무게(88kg)가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어서 ‘작대기’라고 불린다. 윤종규(가운데)는 성인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강원)를 닮았다고 해서 ‘리틀 이근호’로 불린다. 신태용 감독의 말투를 곧잘 흉내 내는 이진현은 ‘성대모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이 18일 훈련을 한 전주의 U20월드컵훈련장.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이날 대표팀은 세트피스 훈련에 비중을 뒀다. 특히 상대의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 수비 훈련을 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그동안 치른 평가전과 연습경기에서 ‘세트피스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 왔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14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상대의 프리킥과 코너킥 공격 때 실점하는 등 2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허용했다.

신 감독은 “세트피스 공격은 완성 단계를 지났다. 조별리그 통과 후 16강 토너먼트부터 쓸 세트피스도 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 코너킥 상황을 가정한 세트피스 수비 훈련 때 목소리가 큰 선수가 있었다. 상대 팀 선수 역할을 맡은 동료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적극적이었다. 하승운이다. 그런데 별명은 ‘순둥이’라고 한다. 대표팀에서 하승운의 룸메이트인 이진현은 하승운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착하고 너무 순해 보였다. 실제로도 순둥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는 스타일이다.” 하승운은 고교 시절 얻은 ‘하리에즈만’이란 닉네임을 더 좋아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순둥이로 통한다. 하리에즈만은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스타일이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표팀 21명 중 ‘바르사 듀오’로 불리는 백승호와 이승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까지 아는 팬은 많지 않다.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밝힐 때마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과 함께 “큰 무대를 통해 나를 알리고 싶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21명의 태극전사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팬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손흥민(토트넘) 선배의 ‘손세이셔널’ 같은 근사한 닉네임까지 새로 얻기를 원한다.

“진현이! 똑바로 안 차?” 세트피스 훈련 때 키커를 맡은 이진현은 신 감독한테 야단을 몇 번 맞았다. 킥이 정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진현은 이런 야단치는 상황을 포함해 신 감독의 성대모사를 기막히게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별명이 ‘성대모사’다. 이진현이 혼자서 중얼중얼하고 있어 다가가 자세히 들어보면 유명인의 성대모사를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진현은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성대모사를 할 때가 있다.

이날 세트피스 수비 훈련 때 상대 공격수 역할을 맡은 선수 중에는 ‘작대기’와 ‘기린’이 있었다. ‘작대기’는 정태욱(195cm), ‘기린’은 이정문(195cm)의 닉네임이다. 둘 다 키가 커 붙은 별명이다. 정태욱과 대표팀의 최단신 임민혁(168cm)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스무 살 동갑내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김민호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강한 인상에다 수염까지 길러 ‘아저씨’로 불린다. 김민호와 같은 방을 쓰는 동갑내기 임민혁은 “처음 봤을 때 당연히 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민호의 대학 1년 후배인 김승우는 “처다만 봐도 무서웠다”며 김민호를 처음 본 당시를 떠올렸다. 이 밖에도 주장 이상민은 1990년대 인기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와 이름이 같아 ‘룰라’로, 윤종규는 성인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강원)를 닮아 ‘리틀 이근호’로 불린다.

대표팀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알려진 백승호와 이승우는 정작 ‘바르사 듀오’라는 공통 닉네임 말고는 특별한 별명이 없다. 이승우는 “아직까지 팀 내에서 이름 말고 별명을 붙여 불러준 동료는 없다”고 했다.

한편 이승우는 이날 “손흥민 선배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며 “‘대회 기간에 다치지 말고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응원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일부 동료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23일 입국할 예정인 손흥민이 후배들의 월드컵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할지도 관심거리다.
 
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신태용 감독#하승운#정태욱#윤종규#이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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