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기적’, V리그의 새로운 길을 만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4일 05시 30분


현대캐피탈의 V리그 챔프전 우승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특급 외국인선수가 없었음에도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 배구코트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3일 우승 확정 후 환호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선수단.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의 V리그 챔프전 우승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특급 외국인선수가 없었음에도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 배구코트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3일 우승 확정 후 환호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선수단.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V리그 풍토에서, 특히 남자배구에서 외국인선수의 지분은 절대적이다.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뽑느냐에 그 팀의 한해 농사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지난해 9월 일본 오사카 전훈 당시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를 생각도 있다”는 의외의 발언을 꺼냈다. 현대캐피탈은 트라이아웃에서 다른 팀에서 전혀 눈여겨보지 않은 수비형 레프트 톤을 선택했는데, 막상 데려와 보니 리시브 감각마저 떨어졌다.

현대캐피탈은 2015~2016시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특급 외국인선수 오레올이 가세하며 ‘스피드배구’가 완성됐다. 그러나 2016~2017시즌은 강점인 레프트가 구멍으로 변했다. 최 감독의 고민은 한 시즌 내내 ‘이 약화된 전력에서 어떻게 최선의 해답을 찾아내느냐’는 과정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토종 최고의 공격수 문성민을 비롯해 레전드 리베로 여오현, 특급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신영석을 앞세워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결국 레프트에서 탈이 났다. 리시브가 안 되자 모든 것이 꼬였다. 실력은 차치하고, 멘탈에서 톤은 함량미달이었다. 세터 노재욱까지 아팠다. 위기상황에서 최 감독은 톤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선수를 찾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기대를 하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전환용이었다. 두 달 동안 배구를 쉬었던 크로아티아 출신 레프트 대니가 그렇게 고른 선수였다.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봄배구에 돌입하자 최 감독은 박주형~대니~송준호의 레프트라인을 조립하는데 고심을 거듭했다. 정규시즌 1승5패였던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를 단 1세트도 놓치지 않고 2연승으로 끝낸 것은 레프트라인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렇게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해냈다.

챔프전에서 만난 대한항공은 전력이 균질한 팀이라 약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부족한 전력을 포기하지 않는 기세로 메웠다. 챔프전 1차전을 잃고, 2차전을 세트스코어 0-2까지 밀리다 3-2로 뒤집었다. 5세트 8-11에서의 역전은 압권이었다. 3차전을 잃고, ‘이제 더 이상 여력이 없다’ 싶었는데, 선수들은 전력을 초월한 결속력으로 4차전을 잡고 최종 5차전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2006~2007시즌 우승 이후 숙원인 왕좌를 탈환했다. ‘현대캐피탈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세간의 시선도 뒤집었다.

굴곡은 있었지만 결국엔 모든 것이 최 감독이 생각한대로, 말하는 대로 이뤄졌다. 외국인선수의 조력을 거의 받지 않고 우승한 ‘기적’이 씌어졌다. 통념과 ‘다른 배구’로 현대캐피탈이 V리그의 중원을 점령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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