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송재우]한국 야구, 자긍심부터 되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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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야구 해설가
송재우 야구 해설가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최소한 우리 대표팀엔 막을 내렸다. 지난 3회 대회 탈락에 이어 두 번 연속 1라운드 탈락은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대회 사상 최초로 국내 무대에서 벌어진 대회가 아니었던가.

이번 대회를 지켜본 개인적인 소감은 우리 선수들의 몸 만들기가 이번 대회보다는 정규 시즌에 맞춰진 것이 아닌가란 것이다. 이런 모습은 투수진을 통해서 강하게 느껴졌다. 이번 대회에 등판했던 대다수 투수들의 구속이 정규 시즌에 자신이 보였던 구속보다 꽤 느리게 나오는 경우가 쉽게 눈에 띄었다. 우리 투수들이 보여준 구속이 딱 이맘때 캠프에서 보여주는 정도였던 것이다.

구속 저하는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렸고, 변화구 위주의 주변을 맴도는 승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볼카운트 싸움에 밀리며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밀어 넣어야 하는 상황이 빈번했고, 이런 투구는 대표팀 투수들이라 믿기 어려운 볼넷 허용이나 실점으로 연결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몸이 아직 덜 만들어졌다는 의혹의 시각을 거둘 수 없다. 과연 우리 야구가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이번 대회 실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일단 준비 부족 및 기량 문제, 그리고 금전적 보상 혹은 군대 면제 등 동기 부여가 없다는 점이다. 군 면제 부분은 1회 대회 4강에 들며 받은 것이 전부이다. 타 종목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성적에 따른 금전적 보상은 어떨까. 이런 보상은 과거에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1회 대회 때는 특별상여금 형태로 선수당 4000만 원의 혜택이 돌아갔다.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해 선수당 3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러면 남는 것은 국가대표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의 문제다. 여기서 선수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야구 선수로 성장할 때 어떤 명승부 혹은 어떤 선수를 보며 저 사람과 같은 선수 그리고 저런 극적인 장면의 주인공을 꿈꾸며 열심히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둘렀느냐는 것이다. 지금 그들이 펼치는 경기를 바라보는 어린 선수들에겐 어떤 생각을 남겼을까. 바로 지금의 모습이 미래의 스타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미래를 위한 준비일 수 있다.

송재우 야구 해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한국 야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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