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키 활강경기장, 책임자는 ‘카우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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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알파인 코스 관리 美 존스턴… 솔트레이크-소치 대회 이어 3번째
겨울 지나면 소 100마리 넘게 키워

“코스가 정말 좋다. 설질(雪質)이 비버크리크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해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 테스트이벤트를 마친 뒤 많은 남자 알파인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다. 한국에 처음 지어진 활강 전용 경기장이 세계적인 스키장인 미국 콜로라도의 비버크리크 같다는 칭찬을 들은 것이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4일과 5일 이틀 동안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활강, 슈퍼대회전에서 연속 우승한 소피아 고자(25·이탈리아) 역시 “한국은 뭐든 정말 단기간에 잘 만드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선수들이 정선에서 비버크리크를 떠올린 비밀은 ‘카우보이’에 있다. 카우보이는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의 설질 관리를 책임지는 톰 존스턴(53·미국·사진)의 별명이다.

비시즌인 여름이면 그는 와이오밍에 있는 집에서 100마리가 넘는 소를 키운다. 존스턴은 세계 최고의 설질로 유명한 비버크리크는 물론 미국 내 월드컵이 열리는 모든 경기장의 설질을 관리하는 알파인경기장 전문 관리자다. 그는 솔트레이크시티, 소치에 이어 평창에서 세 번째 올림픽을 맞는다.

최고 속도가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이 급경사면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는 슬로프 표면은 눈보다 얼음에 가까워야 한다. 존스턴은 “관중석에서 밟는 눈은 녹아서 축축하지만 실제로 선수들이 밟는 눈은 얼음 위에 설탕이 조금 뿌려진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 슬로프에 물을 뿌리고 있는 코스 조성 자원봉사자들. 눈을 얼리고 나서도 울퉁불퉁한 표면을 장비를 이용해 하나하나 긁어낸 뒤에야 선수들이 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알파인 경기장이 완성된다. 자원봉사자 김미영 씨 제공
정선 알파인경기장 슬로프에 물을 뿌리고 있는 코스 조성 자원봉사자들. 눈을 얼리고 나서도 울퉁불퉁한 표면을 장비를 이용해 하나하나 긁어낸 뒤에야 선수들이 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알파인 경기장이 완성된다. 자원봉사자 김미영 씨 제공
미끄러운 표면을 만들기 위해 스키장 바닥에 인공 눈을 덮고 난 뒤 수십 명의 코스 조성 인력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적당한’ 강도로 눈을 얼린다. 출발선이 있는 고지대와 저지대 피니시 라인의 온도는 다르지만 눈이 일정한 강도로 얼어 있도록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설질은 외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25년간 일을 하며 안 겪어본 날씨가 없다”는 존스턴은 “넓은 눈밭을 일정하게 얼릴 수 있는 장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감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눈이 얼고 나면 울퉁불퉁한 표면을 쇠꼬챙이를 이용해 평평하게 만든다. 그래도 남아 있는 눈 부스러기는 사람들이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며 스키 날로 구석구석 밀어 다듬는다. 주름진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존스턴은 “봄, 가을 두 차례 코스 개선 작업을 거쳐 더 ‘아이시(icy)’한 코스를 만들 것이다. 기대해 달라”며 정선을 떠났다.
 
정선=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톰 존스턴#정선 알파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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