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라이징스타] (7) 여러 우여곡절 이겨낸 넥센 고종욱의 고속성장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31일 05시 30분


외야수 고종욱은 ‘무명의 요람’ 넥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스타다. 2011년 입단 이후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알을 깨고 나와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에도 고종욱을 눈여겨봐야하는 이유는 그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외야수 고종욱은 ‘무명의 요람’ 넥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스타다. 2011년 입단 이후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알을 깨고 나와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에도 고종욱을 눈여겨봐야하는 이유는 그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붉은 닭띠의 해에 힘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이 있다. 이제 막 재능의 꽃을 피워낸 여린 꽃송이지만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재목으로 꽃잎을 활짝 펼칠 라이징 스타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을 스포츠동아가 집중조명해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7번째 주인공은 넥센의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타선의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해낸 고종욱(28)이다. 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19번)에서 넥센에 지명된 지 4년 만인 2015시즌에야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119경기)을 치르며 이름 석 자를 알린 그에게 올 시즌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거듭나는 한해라 중요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마주앉은 그는 “2016년은 내가 야구선수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 늦은 출발, 우여곡절의 연속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과 견줘 출발이 늦었다.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때 역삼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우리 학교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말을 듣고 ‘야구를 한번 해볼까’ 생각했고,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6학년 2학기 때 시작한 것이다. 출발이 늦었으니 당연히 경기에도 못 나갔다. 오히려 대치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포지션도 외야수였나.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야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내야로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외야수로 시작했다.(웃음)”

-고교 졸업 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사실 나는 야구를 하는 대학교가 없는 줄 알았다. 당연히 고등학교 졸업하고 프로에 가야만 하는 줄 알았다. 대학교에도 야구부가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에 알았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지명될 줄 알았다. 아버지께서 육성선수라도 도전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육성선수로 입단할 바에 야구를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께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하셨다. 거의 포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한양대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당시 1년 선배였던 이해창(kt) 형의 제안도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계속 경기에 나가다보니 경험이 쌓이고, 매년 발전한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떤가.

“벌써 입단한지 6년이 지났다. 그때는 프로의 벽이 엄청나게 높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다. 곧바로 주전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업이라도 좋으니 1군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욕심을 버렸던 것이 실수다. 입단 첫해부터 독기를 품고 야구했다면 더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처음 입단했을 때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 타격을 할 때도 ‘왜 안 맞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풀어가는 방법을 모르니 더 힘들었다. 2011시즌 끝나고 바로 상무에 입대했는데, 친구 김대우(삼성)와 같이 갔다. ‘군대에서 불러줄 때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서 바로 갔다. 결과적으로 일찍 입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 “2016년, 야구선수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즌”

-2016시즌 중반에 ‘시즌이 끝나고 평가받겠다’고 했었다. 1군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억대 연봉(1억2000만원) 진입과 WBC 대표팀 예비엔트리 선발까지 많은 것을 이뤘다.

“2016시즌은 내가 야구선수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즌이다. 나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코치님, 감독님께서도 뒤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2015시즌과 견줘 슬럼프가 짧았는데, 심재학 타격코치(현 수석코치)님께서 야구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취침 시간까지도 야구 잘할 때의 패턴을 유지하라고 하셨는데, 작은 루틴까지 몸에 배니 밸런스가 깨지지 않더라. 노림수가 생긴 것은 2016시즌을 통해 가장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상무 시절에도 어깨 수술을 받아서 제대로 야구를 못 했는데, 2016년에야 ‘이제 야구를 하는구나’ 싶더라.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지난해가 처음이다. 부상 탓에 더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타격 기회가 줄어든 것이 아쉽지만, 2015시즌과 비교하면 지난해에 야구가 늘긴 한 것 같다. 그런 생각 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5월(타율 0.271)을 제외하면 꾸준히 월간 타율 3할대를 유지했다. 비결은.

“잘 먹고, 체력관리 잘한 것이다. 구단에서 선수들이 몸 관리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이다. 실전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 보면 여름에 페이스가 확 떨어진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비록 예비이긴 하지만, WBC 50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꽤 의미가 큰 일이 아닌가.

“막연히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 꿈이 크진 않았다. 내 위치부터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 맞다. 야구 잘하면 국가대표를 꿈꿀 수 있지만, 처음에는 야구도 못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월급이 100만원인데, 1억원을 모으고 싶다고 그게 쉽게 되는가. 내가 잘하면 국가에서 알아서 불러줄 것이다. 그 정도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먼저다. 지금보다 야구를 잘하면 언젠가 기회가 있지 않겠나. 한 번이라도 태극마크를 달면 그 자체로 가문의 영광이다. 더 잘하고 나서 욕심을 내보겠다.”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 불안한 수비? 타격 장점 살리다 보면 향상될 것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수비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고 그런 장면이 부각되니 수비를 못 하는 선수라는 인식이 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수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더 안정적으로 하면서 내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나을 듯하다. 공격과 주루에서 더 발전하면 수비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듯한데.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럿이 ‘못 한다’고 말하면 그게 맞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비는 정말 많이 연습하면 결국 된다. 많이 뛰고, 연습하고 경험하면 실력이 향상된다. 나도 많이 뛰면서 경험을 쌓고 그랬으니 재작년보다 작년,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차근차근 수비력도 향상될 것이다. 타석에서 주자가 있을 때 부담을 가지면 결과가 좋지 않듯이 수비할 때도 공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끝이다. 꼭 타구가 오더라. 70%는 그렇게 된다. 그래서 부담 갖지 않고 끊임없이 좋은 생각을 하는데, 공이 와서 놓치면 다음에 잡고, 내일 잡으면 되고, 타격에서 만회하면 된다.”

-좌투수 상대로 약하다는 이미지는 확실히 떨쳐낸 듯하다(2016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0.325·166타수54안타).

“2015시즌에는 좌투수에게 약했다(상대타율 0.277). 그때도 좌투수를 상대로 잘 치다가 타율이 떨어졌다면 해결 방안을 몰랐을 것이다. 오히려 2015시즌에 못 했으니 지난해에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연습했고, 그것이 통했다. 영상을 보며 상대 투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타석에서 변화를 줬다. 타석을 최대한 넓게 쓰면서 대처법을 찾았다. 올해도 더 많이 연구하고 연습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변수에서 상수로 올라서야 하는 2017시즌이다. 목표가 궁금하다.

“타석에선 출루율을 높이고, 삼진을 줄여야 한다. 나는 노려서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다. 더 정교한 타격을 하다 보면 홈런도 늘어날 것이다. 수비와 주루 등 모든 면에서 확실히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 보여준 것이 있으니 올해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타순도 중심타순이든 하위타순이든 관계없다. 나는 타석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한 번이라도 더 나갈 수 있는 상위타순이 욕심나긴 하지만, 팀에 꼭 필요한 타순에서 내 역할을 잘하는 것이 먼저다.”

● 넥센 고종욱

▲생년월일=1989년 1월 11일
▲출신교=역삼초∼대치중∼경기고∼한양대
▲키·몸무게=184cm·83kg(우투좌타)
▲프로 입단=2011년 넥센 3라운드 전체 19순위
▲입단 계약금=8000만원
▲프로 경력=넥센(2011)∼상무(2012∼2013)∼넥센(2014∼)
▲2016시즌 성적=133경기 타율 0.334(527타수176안타), 8홈런, 72타점, 28도루
▲2017년 연봉=1억2000만원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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