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박병호가 꼽은 2017 KBO리그 홈런왕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5시 30분


미네소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미네소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2017시즌 KBO리그 홈런왕은 무주공산이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31·미네소타)와 2015년과 2016년 40개 이상 홈런을 쳤던 에릭 테임즈(31·밀워키)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는 올해 40홈런을 때려내며 부활을 알린 SK 최정(29)이다. 그는 시즌 후반기 테임즈가 부진에 시달리고, 사건사고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이 차근차근 홈런수를 늘려갔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8일 문학 삼성전에서 극적으로 홈런 1개를 추가하며 홈런 동률을 이뤘다.

최정뿐 아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인 기아-챔피언스필드로 자리를 옮긴 KIA 최형우(33)가 홈런수에서도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잠실구장을 쓰는 팀에서 무려 37홈런(홈런 3위)을 쏘아올린 두산 김재환(28)도 새로운 홈런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병호는 앞으로 펼쳐질 KBO리그 홈런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이었다.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2년 연속 50홈런(2014년 52홈런·2015년 53홈런)을 쏘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이승엽(40·삼성)도 이뤄내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비거리와 파워에서는 그를 따라갈 자가 없을 정도였다. 비록 지금은 메이저리그 소속이지만, 자신이 떠난 홈런왕 자리에 과연 누가 올라설 것인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2017시즌 홈런왕을 꼽아달라는 말에 “어렵다. 올해 40홈런을 친 (최)정이도 있고…”라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내가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김)재환이가 잘 치더라. 시즌 중에 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봤는데 나도 놀랐다. 공을 띄우는 법을 안 것 같다고 할까. 홈런 치는 법을 깨달은 것 같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파워와 비거리를 인정받은 미네소타 박병호가 2017시즌 KBO리그 홈런왕으로 두산 김재환을 꼽았다. 김재환은 올 시즌 국내 가장 넓은 구장인 잠실에서 3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에서도 파워와 비거리를 인정받은 미네소타 박병호가 2017시즌 KBO리그 홈런왕으로 두산 김재환을 꼽았다. 김재환은 올 시즌 국내 가장 넓은 구장인 잠실에서 3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동아DB

김재환이 박병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예쁜 타격폼이었다. 박병호는 “(김)재환이 타격폼이 참 예뻤다. 나 역시도 (김)재환이가 타격하는 걸 보면서 배웠다”며 “두산이 가장 넓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올해도 40개 가까운 홈런을 치지 않았나. 내년에도 올해만큼 좋은 모습을 유지한다면 홈런왕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병호는 김재환을 호평했지만, 정작 박병호의 칭찬을 받은 김재환은 깜짝 놀랐다. 그는 박병호가 꼽은 2017시즌 홈런왕이라는 얘기에 “진짜인가”라며 몇 번이고 되물으며 얼떨떨해 했다. 김재환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배가 날 좋게 봐주셨다는 게 기쁘고 감사하다”며 쑥스러워하고는 “(박병호) 선배의 말처럼 올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타격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어느 해보다 연구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물론 만족은 아니다. 그는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의미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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