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를 모셔라…경주마 ‘감기와의 전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9일 05시 45분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로에 함박눈이 쏟아지자 마필 관리인들이 서둘러 말에게 마의를 입히고 있다. 비싼 경주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마의는 고급 모직안감에 방풍·방수 기능의 폴리에스테르 겉감으로 되어있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로에 함박눈이 쏟아지자 마필 관리인들이 서둘러 말에게 마의를 입히고 있다. 비싼 경주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마의는 고급 모직안감에 방풍·방수 기능의 폴리에스테르 겉감으로 되어있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특수제작 마의·독감예방접종은 기본
온수샤워·전문 근육마사지 특급대우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다. 예고는 11월26일 수도권일대에 내린 눈이었다.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로에도 함박눈이 쏟아진 가운데 경주마들이 눈보라를 가르며 설원을 질주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겨울이 오면 경마관계자들의 손과 발은 더 바빠진다. 뚝 떨어진 기온에 말들이 혹시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많은 준비를 한다. 말도 사람처럼 감기에 걸리고 주위의 말들에 전염을 시킨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들의 VIP급 겨울나기가 궁금하다.

● 땀 흘린 뒤 체온유지엔 말 전용 특수점퍼로

막 결승선을 통과한 말들의 몸은 땀으로 인해 증기가 올라온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마필관리사들은 말들의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마의(馬衣)’를 입힌다. 말들을 위해 특수 제작된 ‘마의’는 일반적으로 고급 모직안감에 방풍·방수 기능의 폴리에스테르 겉감으로 되어있다. 말도 감기에 걸리면 사람처럼 똑같이 밤새 열이 나고 끙끙댄다.

● 경주마들도 독감예방접종은 필수

지난달 모든 말들의 예방접종을 마친 37조 마방의 김재석 조교승인은 올해로 16번째 겨울을 경주마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마필 관리의 베테랑인 그는 겨울엔 평소보다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55개조 마방에는 평균 27마리의 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 마리의 말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다른 말들에게도 전염 될 가능성이 있어 관리사들은 겨울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쾌적하고 따듯한 잠자리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깔짚을 갈아주는가 하면 말의 체온을 높여주는 된장에 절인 마늘과 말린 인삼을 특식으로 직접 만들어 먹이기도 한다.

● 온수샤워에 원적외선 찜질, 도수 마사지까지

경주마들의 근육관리는 성적과 직결된다. 추운 날씨에 갑작스럽게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심각한 염좌나 골절이 발생하면 경주마로서의 역할은 끝난다. 경주마에게는 생과 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훈련 전에 워밍업을 평소보다 30분 이상 더 한다.

운동을 마치면 1시간 정도 온수샤워를 받는다. 샤워 뒤에는 원적외선 온열 마사지로 피로를 풀며 몸을 말린다. 필요에 따라 말 전문 근육마사지까지 받으며 황제 부럽지 않은 특급대우를 받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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