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2014년 고의볼넷의 재구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8일 05시 30분


경찰이 현역투수 이성민(오른쪽)의 승부조작 혐의를 공식발표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까지 드러났다. 2014년 7월4일 마산 LG전을 앞두고 브로커로부터 현금 3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1회 볼넷)에 가담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NC 소속이던 이성민은 실제로 해당 경기에서 1번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스포츠동아DB
경찰이 현역투수 이성민(오른쪽)의 승부조작 혐의를 공식발표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까지 드러났다. 2014년 7월4일 마산 LG전을 앞두고 브로커로부터 현금 3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1회 볼넷)에 가담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NC 소속이던 이성민은 실제로 해당 경기에서 1번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스포츠동아DB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우완투수 이성민(26)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생팀 NC에 우선지명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신인지명회의에 앞서 2명의 선수를 뽑는 우선지명은 신생구단에 2년간 주는 특전으로, 당시 계약금 6억원을 받은 고졸 최대어 윤형배(22)와 함께 계약금 3억원을 받은 이성민은 ‘넘버 투’ 신인이었다. 이성민은 NC가 1군에 데뷔했던 입단 첫 해부터 중용됐다. 40경기(3경기 선발)에 나와 3승4패 4홀드 방어율 5.15를 기록했다. 구원투수로 뛰다 시즌 막판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고, 이듬해엔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다. 2014년엔 시즌 초 맹장수술을 받아 선발진 합류가 늦어졌지만, 6월 중순부터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 단골 조작 메뉴, 1회 볼넷

1회 볼넷은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으로 밝혀졌던 승부조작의 ‘단골 베팅 메뉴’다. 투수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대 타자가 나쁜 공에 성급하게 배트를 내는 식의 변수가 없다면 조작에 어려움은 없다.

또한 선발투수에겐 ‘몸이 덜 풀렸다’, ‘컨트롤이 잘 안 됐다’는 식의 변명거리가 충분하다. 과거부터 1회 볼넷으로 조작을 감행했던 선수들에겐 볼넷을 내준 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포수에게 미안하다는 식의 제스처를 하는 등의 의식적인 행동 패턴이 관찰됐다.

경찰이 이성민의 승부조작, 국민체육진흥법 위반혐의를 적용한 경기는 시즌 4번째 등판이던 7월4일 마산 LG전이었다. 이전 등판엔 1회 볼넷이 없었다. 당시 이성민은 1회초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경찰은 이성민이 경기 후 1회 볼넷의 대가로 브로커 김씨에게 현금 300만원을 받고 향응을 접대 받았다고 밝혔다.

● 고의볼넷 의심하기 힘들었던 풀카운트 승부

초구는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간 변화구, 오지환이 파울로 걷어냈다. 2구째 좀더 낮은 코스로 들어간 공은 볼 판정을 받았다. 몸쪽으로 바짝 붙인 3구째 공도 볼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4구째 몸쪽 직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볼카운트 2B2S, 실제로 몸쪽 승부를 하면서 오지환을 공략하는 듯 보였다. 5구째 높은 코스로 들어간 직구는 볼로 풀카운트가 됐다. 이번에도 하이패스트볼로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풀카운트에서 들어온 마지막 6구는 몸쪽 낮은 코스로 바운드되는 직구였다. 머쓱한 듯 뒤통수를 만진 이성민은 가슴을 툭툭 치며 포수 김태군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했다. 이성민은 노골적으로 볼넷을 내주진 않았다. 오히려 고의볼넷임을 의심하기 힘든 정도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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