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동현 “16년차 신인입니다” 소개한 사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5시 30분


LG 이동현.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이동현.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인이에요, 신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는 아무나 나가는 자리가 아니다.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데일리 MVP를 차지하고, 20일 마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유강남(24)은 “긴장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가 “처음이니까요”라고 답하자, 옆에 있던 이동현(33)은 “나도 처음이야”라고 거들었다. 이동현은 준PO 2경기에서 각각 2.1이닝 무실점했고, PO 진출이 확정된 4차전엔 선발 류제국의 조기강판에 2번째 투수로 나와 승리의 발판을 놓으며 4차전 MVP를 수상했다.

경기고를 졸업한 2001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그는 2년차였던 2002년 LG가 준PO에서 한국시리즈(KS)까지 올라가 준우승을 거두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준PO 1경기, PO 5경기, KS 4경기 총 10경기에 등판해 22.2이닝이나 던졌다. 이후 수술과 재활, 그리고 팀이 긴 암흑기를 거치면서 2013년에나 다시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가 투혼을 보인 2002년엔 미디어데이 행사도 없었고, 주목받을 일이 없었다. 불펜투수인 그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나 있었다. 이동현은 “2002년엔 많이 던져도 TV에 나올 일이 없었다. 그렇게 던졌어도 잘 친 (박)용택이형이 MVP를 탔지 난 받은 게 없다. 4차전에 타이어를 받았는데 아버지께 드리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상을 받은 게 없어서 못 드렸다”고 털어놨다.

프로 16년차지만, 그에겐 아직 누적 기록으로 받은 기념상 외에 트로피가 한 개도 없다. 이동현은 “예전엔 데일리 MVP에게도 트로피를 줬던 것 같은데 지금은 판넬뿐이더라. (오)지환이가 준PO MVP라 트로피를 받았는데 이름이 안 새겨져 있어서 가져갈까 했는데 못했다”며 웃었다.

준PO 3·4차전 MVP로 PO 미디어데이 주인공으로 꼽힌 유강남과 이동현은 전날 밤 선수들보다 먼저 KTX를 타고 마산으로 내려왔다. 이동현은 “둘 다 너무 긴장돼서 KTX에서 손 꼭 붙잡고 내려왔다. 정말 마산이 멀더라. 너무 멀어서 5차전은 못 가겠다”며 시리즈 조기 마감의 의지를 다졌다. 이어 “정말 많은 경험을 한다. 난 이런 걸 안 할 줄 알았다. 나같이 존재감 없는 하찮은 선수도 인터뷰하고 ‘우리 팀이 정말 잘 나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난 (미디어데이는) 신인이다, 신인”이라고 강조했다.

4차전에서 결정적인 2.1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지만, 종아리에 통증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어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날씨가 추워지고 시즌 때 안 쓰던 힘을 써서 그랬던 것 같다. 문제없다”고 밝혔다.

14년 전 투수코치였던 양상문 감독과 다시 한 번 가을야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동현은 “그땐 내가 막내였는데 이젠 고참이 됐다.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가짐이나 그때의 뜨거운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 이상훈 코치님 등 선배들처럼 솔선수범하면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면 그 이상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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