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깜짝 호명’… ‘빅3’보다 더 큰 박수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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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 지명… 인간승리 드라마… 2년전 선택 못받고 생계 위해 돈벌이
농구 갈증에 올 창단 놀레벤트 입단… 체전서 대학챔프 연세대 꺾은 주역
빅3는 예상대로 1, 2, 3순위 지명돼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SK가 2라운드 9순위로 지명한 김준성이 소감을 말하는 도중 울먹이고 있다. 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kwangshin00@donga.com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SK가 2라운드 9순위로 지명한 김준성이 소감을 말하는 도중 울먹이고 있다. 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kwangshin00@donga.com
 프로농구 역대 최대어급 신인으로 꼽히는 이종현(22·고려대)이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종현은 18일 열린 2016 한국농구연맹(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모비스의 선택을 받았다. 이종현과 함께 ‘빅3’로 불린 최준용(22·연세대)은 전체 2순위로 SK에서, 강상재(22·고려대)는 전체 3순위로 전자랜드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황금 드래프트’라고 불린 이날 행사에서 ‘빅3’보다 더 큰 박수를 받은 선수는 SK가 2라운드 9순위로 호명한 김준성(24·놀레벤트 이글스)이었다. 그는 단상에 오르자마자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는데, 모두가 포기하라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쏟아내 떠들썩하던 장내를 숙연케 했다.

 김준성은 명지대 4학년이던 2014년 9월 17일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날은 간암 판정을 받았던 아버지 김상진 씨(57)가 수술을 받고 퇴원한 날이었다. 아버지는 김준성이 어릴 때부터 간이 아파 고생을 했다. 생계는 전력 검침원으로 일하는 어머니 정미현 씨(49)가 책임져야 했다. 김준성은 “중고교 시절 경기가 있으면 항상 어머니가 오셨다. 아들 기죽지 말라고 응원을 오신 건데, 그게 어머니 현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던 일인지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성은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외아들인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에는 병원 장례식장에 매니저로 취직을 했다.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는 기쁨도 잠시, 코트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8개월 정도 일했던 장례식장을 나와 어린이 농구교실 강사와 모교인 명지대에서 코치로 일하며 돈도 벌고 농구공도 만졌다. 그래도 농구를 향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선수로 뛰기 위해 올봄 창단한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에 입단했다. 말이 실업팀이지 환경은 열악했다. 숙소는 물론이고 훈련할 체육관도 없었다. 아는 선후배들에게 사정해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고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했다. 김준성은 “그래도 농구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소속 팀 이글스는 최근 폐막한 2016 전국체육대회에 대구 대표로 출전해 8강에서 올해 대학리그 챔피언 연세대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3점 슛 4개를 포함해 20득점 4리바운드 4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끈 김준성은 당시 “무시 받으며 운동을 했는데 이렇게 연세대를 꺾어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준성은 “나는 키(177cm)도 작고 팔도 짧다. 그래도 노력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를 깜짝 지명한 문경은 SK 감독은 “2년 전에도 사실 눈길은 갔는데 슈팅이 불안한 게 마음에 걸려 뽑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록을 보니 득점력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다. 나도 슈터였기에 이 정도로 득점력이 좋아지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되는지 안다. 우리 팀에 필요한 절실함과 노력을 겸비해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장의 돈벌이’와 ‘인생의 꿈’ 사이에서 아들이 고민할 때 아버지는 이렇게 얘기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성공하든 실패하든 너는 내 아들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이날 드래프트를 끝으로 정말 농구를 그만두려 했던 아들은 결국 꿈을 이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농구#이종현#김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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