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신경전 ‘구자철 발언 부풀리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5시 45분


축구대표팀 구자철(오른쪽).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 구자철(오른쪽). 스포츠동아DB
“테헤란을 감옥으로 비유했다” 주장
구자철 ‘오역’ 해명에도 억지 공세


유독 질긴 악연이다. 한국과 이란은 각종 국제무대에서 맞붙을 때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혈투를 벌여왔다.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이란전을 하루 앞두고 10일(한국시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선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을 둘러싸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 매체 빌트에 보도된 구자철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빌트는 6일 “테헤란은 평범한 도시가 아니다. 무서운 감정을 느낀다. 도시는 오래됐고, 사람들은 우리에게 불친절하다. 모든 집과 아파트에는 창살이 있다”고 말한 구자철의 테헤란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구자철은 또 “전 세계 경기장을 경험했지만, 아자디 스타디움 같은 곳은 처음이다. 10만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우리가 0-1로 졌지만, 관중이 물 컵과 같은 각종 물건을 던져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왔다”며 과거 이란 원정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를 접한 이란 취재진은 구자철이 테헤란을 ‘감옥’으로 비유했다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여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을 비롯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란 선수들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울리 슈틸리케(62·독일) 한국 감독은 “이란에 온지 2∼3일 정도 됐는데, 생활수준에 만족하고 잘 지내고 있다”며 “구자철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상황 정리를 시도했다. 구자철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이란측의 오역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대표팀 수장을 향해 비신사적 행동을 해 한국민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6월 울산에서 벌어진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직후 당시 한국 사령탑 최강희 감독(전북현대)에게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펼쳐 비난을 자초했다. 그 전부터 최 감독의 얼굴과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합성한 티셔츠를 입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았던 케이로스 감독은 이 사건으로 완전히 ‘비매너 감독’으로 낙인 찍혔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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