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강한 서브와 블로킹 극대화…김세진 감독의 전략 통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8일 05시 45분


OK저축은행 선수들이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한 뒤 김세진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감독의 올바른 판단과 젊은 선수들의 열정, 시몬의 헌신이 이뤄낸 2연속 우승이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OK저축은행 선수들이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한 뒤 김세진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감독의 올바른 판단과 젊은 선수들의 열정, 시몬의 헌신이 이뤄낸 2연속 우승이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OK저축은행 챔프전 2연패는 어떻게 이뤄졌나

2014∼2015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때였다. OK저축은행은 이기고 있으면서도 긴장했다. 상대는 7시즌 연속 우승한 삼성화재. 약간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비집고 들어와 경기를 뒤집던 그런 팀이었다. OK저축은행이 2연승 후 3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가운데 3세트 삼성화재가 반격했다. 모두가 “이제는∼”이라고 예상했지만,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당시 집단최면에 걸린 상태였다. 모두가 평소 기량 이상을 발휘했다. 이처럼 ‘봄 배구’는 모두가 미쳐야 이긴다.

2015∼2016시즌 봄 배구를 앞두고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우리는 도전자”라고 말했다. 5라운드까지 선두를 질주하다 현대캐피탈의 기세에 눌려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다.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관록이 모자랐기에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부상이라는 예상 못한 변수도 있었다. 여기서 ‘신의 한 수’가 나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다시 1년 전으로 돌려보냈다. 선수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던 야성(野性)의 투지를 살려냈다. 힘과 힘의 대결이 펼쳐지는 봄 배구에선 데이터나 분석보다 더 중요한 선수들의 거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열정을 되살려준 계기는 대한항공과의 6라운드 경기였다. 시몬,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가 빠진 가운데 비주전들이 접전을 펼치며 0-3으로 패했다. “지고 있으면서도 선수들이 흥을 냈던 그 경기가 계기였다”고 김 감독은 털어놓았다. 웜업존에서 비주전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면서 주전들은 1∼2년 전의 자신을 투영했다. 야성과 투지, 열정이 들불처럼 되살아났다. 결정타는 시몬의 송별식이었다. 창단 3년이 된 팀에서 영구결번의 영예를 얻은 시몬은 이번 챔프전 들어 “시리즈를 내 손으로 끝내고 보답한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푼 김세진 감독, 강한 서브와 블로킹으로 답을 찾다!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엉킨 실타래가 있다면 푸는 방법을 고민하지 말고 과감하게 실을 잘라야 한다. 김 감독은 봄 배구에 들어서자 가장 단순한 전략을 택했다. 배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플레이, 혼자서도 득점이 가능한 유일한 부분, 서브의 효능을 극대화했다. 현대캐피탈에 “우리는 스피드배구를 해야 이긴다”는 조건이 있었다면, OK저축은행은 “그냥 서브만 세게 때려라”로 단순화시켰다.

강한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어 그 팀이 가장 잘하는 공격의 효율을 떨어트리고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전략은 플레이오프(PO)∼챔프전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평소 “블로킹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힘든 팀”이라던 김 감독의 말처럼 강한 서브로 블로킹의 위력을 극대화한 결과, 승리한 봄 배구 5경기 모두 상대보다 블로킹에서 앞섰다. PO 1·2차전 10-3, 10-9와 챔프전 1·2·4차전 9-7, 7-4, 8-2의 수치였다. 무려 44개의 블로킹을 집중시키며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시몬이 사이드와 중앙까지 넓은 범위를 커버해준 덕도 봤지만, 상대의 잘한 공격은 포기하고 이단공격은 막아서 반격함으로써 사실상 2점을 뽑는 효과를 봤다. 반격의 효율성을 높여준 것은 수비와 리시브의 힘이었다. 정성현, 조국기, 송희채가 잘 버텨준 덕분에 기회를 잡았다.

봄 배구는 기세의 싸움, 코트에서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이 마지막에 웃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에서 평소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반면 김세진 감독은 1차전 승리 후에도 “이제 체면은 세웠다. 우리가 챔프전에서 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상대가 강하다. 끌려 다니지만 않으면 된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선수들의 마음 한구석에 들어찬 부담과 강박관념을 털어냈다.

우승을 확정한 4차전. OK저축은행은 무려 42개의 범실을 하고도 이겼다. 역대 한 경기 최다범실 타이였지만, 김 감독은 서브를 공격적으로 하라는 지시를 바꾸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단기전은 결과를 보는 경기다. 한두 점 밀리면 진다고 보고 공격적으로 했다. 범실은 앞으로 나와 우리 팀에 남은 과제지만, 어려울 때 시몬이 뚫어준다고 보고 서브로 밀어붙여 이겼다”고 밝혔다.

올 시즌 V리그의 화두들 가운데 하나는 선수들의 창의성과 동기부여, 자발적 플레이였다. 관리로 대변되는 삼성화재 배구의 대척점에 선 새로운 배구의 출현이었다. 그 선봉에 현대캐피탈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봄 배구는 동기부여와 선수들의 자율적 플레이라는 면에서 가장 앞서간 두 팀의 대결이었다. 누가 더 코트에서 즐기느냐가 승패의 관건이었다.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들은 상대보다 더 즐겼다. 기죽지 않고 다양한 세리머니를 준비해 보여줄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플레이에 그런 자유로움이 배어 있었다. 김 감독은 “나이 드신 감독이라면 우리 선수들의 행동에 질색했겠지만, 우리 팀은 그것이 장점이다. 선수들이 편해야 플레이가 활기차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24일 창단 3년 만에 챔프전 2연속 우승을 확정한 OK저축은행과 김 감독에게는 이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그동안 팀의 구심점이었던 시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첫 번째다. 또 현재에 안주할 선수들의 마음속에 어떤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을 줘서 긴장감을 갖게 만들지 궁금하다. 그 숙제를 푸는 과정은 이전 시즌보다 훨씬 더 힘들지도 모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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