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서브 리시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男배구, 성공률 첫 50% 이하로… 목적타 늘고 측정방식 강화 영향

원래 배구에서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절반(50%)을 훌쩍 넘기는 게 당연한 기록이었다. 프로배구 원년이던 2005년 남자부 평균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63.1%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14일 현재 남자부 전체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49.6%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50%가 무너졌다. 여자부는 40.9%밖에 되지 않는다.

제일 큰 이유는 상대팀에서 리시브가 약한 선수에게 ‘목적 타 서브’를 노리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그 선수가 오늘 잘 받는 건 내가 책임진다. 무조건 그 선수에게 서브를 넣어라. 아니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말하는 감독이 있을 정도다. 서브를 받는 팀에서는 리시브가 약한 선수 옆에 리시브 부담을 나눠 질 선수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성공률이 떨어진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이 프로배구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것도 영향을 줬다. 독일 대표팀 주 공격수 출신 그로저(32·삼성화재)는 올 시즌 세트당 서브 에이스 0.76개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세트당 평균 기록(0.53개)을 혼자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세트당 서브 에이스는 1.0개로 프로 원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면서 지도자들도 서브 범실을 줄이기보다 공격적인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놓는 데 주력하게 됐다.

측정 방식이 바뀐 것도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서브 리시브를 △정확 △계속 △실패 등 세 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현재는 보통 세터가 한 걸음(1m) 이내로 움직여 받을 수 있는 위치로 공을 보내면 ‘리시브 정확’을 기록한다. KOVO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 걸음 이내가 기준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술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세터들이 먼저 움직이면 그쪽으로 리시브를 보내는 일도 많다. 이때도 기록상으로는 ‘리시브 정확’이 아니어서 리시브 성공률은 깎일 수밖에 없다.

한 배구계 원로는 “배구에서 서브 리시브는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라며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진 만큼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감안하고 전술을 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천안 경기에서는 안방 팀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을 3-0(25-22, 25-22, 25-22)으로 꺾고 5연승을 기록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시브#성공률#목적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