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신고로 막은 검은손 유혹…철저한 ‘예방 교육’이 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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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휘청거렸던 KOVO는 매년 2차례에 걸쳐 의무적으로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2차례의 승부조작 시도를 막은 성과도 있었다. V리그 선수들이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부정방지교육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2012년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휘청거렸던 KOVO는 매년 2차례에 걸쳐 의무적으로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2차례의 승부조작 시도를 막은 성과도 있었다. V리그 선수들이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부정방지교육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15. KOVO의 불법스포츠 도박 방지 노력

지난 시즌 2차례 검은 유혹, 신고로 모두 불발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한 부정 방지교육 효과
불법정보 제공 처벌 강화…“가족전화도 조심”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V리그 전 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및 임직원이 모두 참가한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했다. V리그 전 구성원은 2012년부터 시즌 종료 후 워크숍을 포함해 매년 2차례에 걸쳐 의무적으로 부정방지교육을 받는다. 이번 교육에선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 조린 과장이 강의를 맡아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의 사례와 처벌 수위 ▲선수 및 관계자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규제범위 등을 설명했다.

KOVO는 2012년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휘청거렸다. 11명의 현역선수 등 16명이 연루된 불법 스포츠 도박은 너무도 은밀하게 진행됐다. KOVO는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조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둥댔고, 선수들의 말만 믿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그 때의 쓰라린 교훈을 통해 배운 것은 철저한 감시와 사전경계 시스템, 그리고 선수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반복 교육의 중요성이었다.

● 교육의 성과 확인한 KOVO…신고가 문제 해결의 최선책

지난 시즌 V리그에선 2차례의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다. 모두 불발로 끝났다. KOVO와 구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결말이었다. 이번 교육에서 그 사례가 다시 소개됐다. 다른 종목에 비해 모범적으로 대처했다는 칭찬도 들었다.

1차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법의 심판을 받았던 브로커 등 관련자들이 풀려나 다시 선수들에게 접근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한 각 구단과 KOVO가 경계를 강화하던 차였다. 어느 브로커가 1차 스캔들 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선수에게 연락해왔다. 첫 번째 접촉 시도였다. 이번에 도와주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 선수는 고민하다 구단에 사실을 알렸다. 구단은 KOVO와 긴밀히 공조해 해결책을 찾았다. 문제의 브로커가 또 전화연락을 해오자 이를 녹음해 경찰에 신고했다.

두 번째 시도는 가공의 선수를 내세워 사기를 벌인 것이었다. 특정 선수와 짜고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다며 투자금을 뜯어낸 사기였다. 여기에 돈을 댄 사람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가했다고 믿었던 선수의 숙소를 찾아오면서 내막이 알려졌다. 누명을 쓴 그 선수와 동료가 기지를 발휘했다. 구단과 KOVO에 즉시 알렸다. 선수들은 경찰서로 가서 내용을 설명한 뒤 경찰서 전화를 이용해 투자자와 직접 연락했다. 결국 투자자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련자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케이토토 조린 과장은 “2번 모두 교육의 효과”라면서 KOVO의 사전방지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이 팔릴 수도 있다.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때 누명을 벗고 떳떳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먼저 신고하는 것이다. 구단이나 KOVO에 알리기만 하면 그 선수는 모든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강화된 불법정보 제공자 처벌 규정…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교육에서 선수들의 귀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가족, 친지와의 사소한 안부전화 또는 인사말도 불법 스포츠 도박 정보 제공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달라진 규정 때문이다. 조린 과장은 “2012년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개설해주는 프로그래머를 포함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도 처벌을 받도록 법이 개정됐다.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선수가 일상적으로 가족이나 친구, 평소 친한 사람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출장여부나 팀 분위기, 에이스의 복귀 여부, 동료 가운데 누가 잘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도 위법사항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과 연락한 사람이 아니라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을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조 과장은 “클럽하우스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사람, 아파트 경비원과의 대화도 누군가 악의를 가진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모 구단 직원은 시즌이 시작되면 알고 지내던 사람의 전화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안부를 곁들여 팀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는데, 잘 생각해보면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배구단에 입사한 뒤로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일절 받지 않는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정보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통해 오갈 가능성이 높다. 선수 자신은 모르는 사이에 동료, 친지, 가족과 주고받았던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귀중한 정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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