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첫 우승·56홈런·200S…전설의 대구구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일 05시 45분


2002년 마해영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맨 위 사진), 2003년 이승엽의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아래 왼쪽 사진), 2011년 오승환의 최소경기 200세이브 세계신기록은 1982년부터 올해까지 34년간 삼성과 대구구장이 함께 만든 역사적 순간들이다. 스포츠동아DB
2002년 마해영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맨 위 사진), 2003년 이승엽의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아래 왼쪽 사진), 2011년 오승환의 최소경기 200세이브 세계신기록은 1982년부터 올해까지 34년간 삼성과 대구구장이 함께 만든 역사적 순간들이다. 스포츠동아DB
2002년 마해영 끝내기홈런 ‘첫 우승의 감동’
2003년 이승엽 홈런 행진 ‘잠자리채의 추억’
오승환 200세이브 등 명장면·대기록의 산실


# 1948년 문을 연 대구구장은 68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 삼성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연고지와 팀명, 홈구장,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대구구장과 삼성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뜨거운 추억들을 공유한 동반자였다. 숱한 준우승의 아쉬움을 지나 천신만고 끝에 이룩한 사상 첫 우승의 감격과 불멸의 대기록들, 전설 같은 스타들과의 작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명장면을 낳은 대구구장과 삼성은 이제 곧 34년에 걸친 동행을 마감한다.

● 이승엽-마해영의 기적 같은 홈런


대구구장과 삼성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은 2002년 11월 10일 한국시리즈 6차전이었다. 삼성은 LG에 6-9로 뒤지고 있었다. 승부는 마지막 7차전에서 가려질 듯했다. 그러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 시작됐다. 9회말 1사 1·2루, 이승엽은 LG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동점 3점홈런을 터트리며 대구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마해영은 교체된 투수 최원호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역대 첫 시리즈 끝내기 홈런이었다. 삼성의 20년 묵은 한도 풀렸다.

이승엽의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과 잠자리채

2003년 10월 2일 롯데-삼성의 시즌 최종전. 이승엽은 이 경기 전까지 시즌 55호 홈런으로 일본의 오사다하루(1964년), 터피 로즈(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2002년)와 함께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타이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관중석에선 수많은 잠자리채가 흔들리며 새 역사의 탄생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이승엽은 2회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트리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 해 대구에선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승엽의 56호 홈런은 깊은 슬픔에 잠겨있던 대구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한방이었다.

대구구장 첫 번째 세계기록, 오승환의 200세이브

2011년 8월 12일 KIA-삼성전. 삼성이 6-3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334경기 만에 개인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일본 사사키 가즈히로(요코하마)의 370경기, 메이저리그 조내선 파펠본(보스턴)의 359경기를 뛰어넘는 최소경기 200세이브 세계신기록이었다. 대구구장에선 신기록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졌고, 전광판에 작은 불이 붙어 소방차가 출동하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오승환은 “저도 야구에서 소방수인데 불 끄러 달려가야겠다”는 재치 있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역사가 오랜 만큼 항상 감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2년 8월 26일 프로야구 첫 몰수경기, 1986년 10월 22일 해태 구단버스 방화사건, 1990년 5월 29일 이만수의 관중석 깡통 투척, 1999년 10월 20일 롯데 호세의 관중석 방망이 투척 등의 사건사고도 이제 대구구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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