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재미교포 이케빈, 술술 풀린 삼성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28일 05시 45분


201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에 지명 받은 재미교포 투수 이케빈이 삼성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에 지명 받은 재미교포 투수 이케빈이 삼성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국적 문제? 이중국적자로 자격요건 충족
병역 문제? 재외국민 2세라 사실상 면제

재미교포선수가 KBO리그에 진출했다. 24일 2016신인드래프트(2차지명회의)에서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케빈(23)이 주인공이다. 이케빈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2세다. 미국 뉴저지주 라마포대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뒤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는 규정 105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이며 어느 구단(외국 프로구단 포함)과도 선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즉, 미국 국적인 재미교포 이케빈은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없다. 그러나 이케빈은 KBO리그로 진출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 이중국적자의 한국국적 인정

지금까지 재미교포로 KBO리그에서 뛴 야구선수는 윤찬, 서왕권, 호주 출신 김태민 등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재미교포는 자취를 감췄다. 2011년 제9구단 NC가 만들어지면서 선수수급 수단의 하나로 재미교포의 영입이 거론됐지만, 병역과 국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케빈은 재미교포임에도 KBO리그에 진입했다. 일단 국적에 문제가 없었다. 그는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다.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이케빈의 경우 이중국적자이기 때문에 유권해석이 필요했다. 내부회의를 거친 결과 일단 대한민국 여권이 있기 때문에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2차지명은 1차지명과 달리 특정팀에 우선지명권이 주어지는 게 아니고, 10개 팀 중 어느 팀에 뽑히느냐는 구단의 판단이라고 봤다. 이케빈이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10개 구단 스카우트팀장에게 전달했고, 10개 팀의 동의를 얻어 드래프트에 최종 참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케빈은 신인드래프트에 앞서 3일 열린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통해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병역 의무 없다!

이케빈이 KBO리그에 진출할 때 두 번째 걸림돌은 병역의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는 모두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헌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케빈은 재외국민 2세다. 국외에서 출생(6세 이전 국외로 출국한 사람 포함)하고, 18세까지 거주했으며, 부모 및 본인이 외국정부로부터 국적·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얻은 사람을 재외국민 2세라고 규정하는데 이케빈이 이에 해당한다. 재외국민 2세는 병역법 시행령 제149조에 따라 일반 국외이주자와 달리 국내에서 장기간 체재하거나 취업 등 국내영리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않으며 37세까지 병역연기 후 38세를 초과하면 제2국민역으로 처분되는 등 사실상 병역면제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1994년 이전 출생자에게만 적용된다. 1994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는 국내 취업 등의 행위를 하면 병역의무를 지도록 2012년 법이 개정됐다. 이케빈은 1992년생이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 삼성도 “이케빈이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국적 문제도 리그를 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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