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K리그 선수들, 속옷 빼고 모두 후원용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일 05시 45분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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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단 용품 지원

한시즌 구단 당 4억원대 현물지원 집중
일부 현금지원…선수 후원도 점점 늘어
선수들 일상복까지 시즌내내 후원용품

“100 사이즈로 줘. 아니다. 105짜리 있어요?”

“예전에 100이라 했잖아?”

한 시즌을 끝내고, 다음 시즌을 앞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각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팀 매니저(주무)와 선수들의 대화다.

달콤한 휴가를 마치고 동계전지훈련을 위해 다시 소집된 선수들은 새 시즌을 위한 용품을 개인별로 지급받는다. 해외전지훈련은 대개 따뜻한 지역에서 이뤄져 동계용품뿐만 아니라, 하계용까지 한꺼번에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선수 개인별 사이즈는 사전 조사되고, 전체 수량에 맞게 정확히 지급되기에 중간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90 사이즈 ○○명, 100 사이즈 ○○명, 105 사이즈 ○○명 등으로 구분돼 있어 부족분이 나오지 않으려면 선수들도 정확히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프로축구단은 어떤 형태로 용품을 지원받을까. 또 소속 선수들이 받는 용품 내역은 무엇일까.

● 주로 현물로 충당…현금 지원은 일부 구단들만

프로스포츠에선 특정 구단과 용품사의 현물과 현금 계약을 통해 연간 단위 용품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관례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든 팀들이 이러한 ‘현물+현금’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금까지 모두 받아낼 수 있는 구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물 계약의 경우, 4억원대에 집중돼 있다. 사실상의 기준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클래식 A구단은 B브랜드로부터 현물로 4억원 어치를 공급받고 있다. A구단은 과거 3억원대 초반의 지원을 받았지만, 액수가 차츰 늘어나 3억5000만∼3억7000만원에 이어 올해 4억원을 찍었다. 그런데 이 구단은 현금 계약까지 따로 체결했다.

그에 반해 C구단은 지난해부터 A구단과 같은 B브랜드와 4년 후원 계약을 맺고, 관련 용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금 대신 철저히 현물로만 받는다. 그래도 손해 볼 것은 없다. 현물 지급 규모는 4억원 이상으로 A구단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더욱이 선수 스폰서도 차츰 늘어나는 분위기다. C구단 선수 5∼6명이 B브랜드와 개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A·C구단과 다른 D브랜드를 사용했던 E구단은 지난시즌까지 현금을 따로 받았지만, F브랜드로 바꾼 지금은 현물 계약(약 4억원대)만 했다. 그런데 F브랜드의 계약 방식이 독특하다. 프로축구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K리그에선 브랜드 노출과 홍보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용품사 역시 손해를 보면서 ‘퍼주기 식’ 지원을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F브랜드는 챌린지(2부리그) G구단과 계약(3억∼4억원 규모)하며 조건을 내걸었다. 클래식과 챌린지를 향한 주목도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별도의 유소년 용품 구입이 해법이었다. 유소년 용품이 현금으로 구입(주로 30∼50% 할인가)되면 여기서 남는 이익으로 1군 선수단 지원 용품을 만드는 형식이다. 결국 F브랜드가 피해 볼 일은 없을 뿐 아니라 거의 무료로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셈이다.

● 머리부터 발끝, 내의부터 점퍼까지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풍성하다. 러닝셔츠와 팬티 등 순수 속옷을 제외하고 지급 용품으로만 한 시즌 내내 몸 전체를 두르고 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 브랜드별로 수량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지급 내역은 대동소이하다. 유니폼은 홈과 원정용으로 구분돼 반팔과 긴팔, 반바지, 정강이 양말과 속옷(테크핏)이 지원되고, 훈련용으로 훈련복 상하의와 트레이닝 재킷과 팬츠, 윈드재킷(바람막이), 레인재킷이 나온다.

심지어 일상복까지 있다. 폴로 반팔과 라운드 긴팔·반팔, 반바지 및 3/4바지(칠부), 트레이닝 재킷과 두툼한 팬츠, 롱 패딩과 스타디움 재킷 등이다. 여기에 원정 용품을 담아낼 수 있는 큰 가방과 중간 사이즈 가방, 신발주머니도 있다. 방한모자(비니)와 털장갑, 넥워머 등 방한용품도 별도 지급된다. 물론 골키퍼에게는 특수 장갑이 나오고, 신발류로 축구화와 조깅화(일상용), 슬리퍼 등이 나온다.

여기서 알아둘 특징은 각 브랜드에서 선수단 용품을 공급할 때는 공장가격이 아닌, 소비자가격이 기준이라는 사실이다. 가령, 트레이닝복 상의에 20만원이라 쓰인 가격 태그가 붙어있을 때는 정확히 20만원짜리로 구분된다.

H구단은 유니폼과 훈련복, 일상복 등 의류로만 연간 약 180만∼200만원 어치의 용품을 선수 개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비싼 가격의 신발류까지 더하면 총 500만원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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