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회원제 골프장들…‘골프 대중화’가 살 길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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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지난해 총관중은 675만4619명(정규시즌 및 포스트시즌 포함)이었다. 그런데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3314만3528명이나 된다.

야구가 관전 위주의 스포츠라면 골프는 직접 하는 스포츠다.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 산업으로서의 파급효과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15조 4250억 원(골프장, 관련 시설, 용품 등 제조업, 서비스업 포함)에 이른다.

하지만 요즘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위기’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반면 소비자인 골퍼들은 여전히 골프장의 문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양 쪽의 불만을 해결하는 답은 ‘골프의 대중화’다. 정부 역시 골프의 대중화를 통해 골프 산업을 육성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중제가 살 길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의 골프장은 174개(군 골프장 포함)에 불과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 보니 골프장 사업은 인·허가만 따내면 대박이 났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골프장은 505개로 급증했다. 몇몇 회원제 골프장들의 위기는 이 같은 공급과잉에서 비롯됐다. 특히 회원권을 판 자금으로 골프장을 지은 몇몇 회원제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 문제로 줄줄이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4월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골프장은 모두 19곳에 이른다. 이 밖에도 자본잠식 상태의 회원제 골프장은 수십 곳이나 된다.

이에 비해 대중제 골프장들은 이익을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데다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1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회원제 골프장은 143개로 대중제 골프장(77개)보다 2배가량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점점 대중제 골프장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대중제 골프장이 243개로 회원제 골프장(229개)을 앞질렀다.

정부는 도산한 회원제 골프장들의 대중제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중제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캐디·카트 선택제 실시 장려

한국 골프장의 위기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보다 앞서 골프 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이웃나라 일본의 2013년 1인당 평균 그린피 및 카트비는 5720엔(약 5만 2000원)이었다. 많은 일본 골프장에서는 캐디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카트도 마찬가지다. 카르를 이용할 때도 스스로 운전을 하면 된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들은 캐디와 카트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 팀당 캐디 비용은 대개 10~12만 원, 카트 이용료는 8만 원 내외다. 만약 캐디·카트 선택제가 도입돼 이들을 쓰지 않는다면 1인당 비용을 5만 원 가량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일부 회원제 골프장 이외에는 노 캐디제로 운영된다. 카트도 직접 운전한다.

정부는 카트·캐디 선택제를 군 골프장과 체력단련장 등 공공부문 골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 골프장에도 이 제도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현재 55개의 대중제 골프장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훌륭한 입지에 위치해 있고,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비 골퍼들에게도 과감하게 문을 열어야 한다. 라운딩 시간이 끝난 뒤 웨딩 촬영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단체 파티를 유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호를 개방하면 골프장은 수익성과 이미지 개선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시에 가격을 더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가상현실 스포츠 ‘스크린골프’의 성장…스포츠-IT 융복합에 기대▼

국내에서 시뮬레이션(가상현실) 스포츠인 스크린골프가 크게 성장하면서 스포츠와 IT(정보기술)의 융·복합이 가져다줄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골프와 IT가 결합해 2011년 기준으로 1조7000억 원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고, 2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도 스포츠와 IT의 융·복합을 새로운 성장 동역 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 정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도 많다고 지적한다. 현재 야구와 승마, 스키, 사격, 양궁, 사이클 등에서도 시뮬레이션이 개발됐지만 골프처럼 생활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스포츠경영)는 “스크린골프는 골프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면서 시간과 공간, 비용적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하지만 야구는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 상용화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승마와 스키는 수요층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용하는 기술 특성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비행하는 물체를 추적하는 스크린골프를 그대로 다른 종목에 적용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스포츠 시뮬레이션을 개발할 때 스포츠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즉 체력을 향상시키거나, 특정 운동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크린골프가 성공한 것은 실제로 필드에 나가기 전에 골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IT를 활용하는 스포츠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실장은 “IT 전문가는 스포츠를 잘 모르고 스포츠전문가는 IT를 잘 몰라 융·복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여러 대학에서 스포츠와 IT 융·복합 전문가를 양산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현실이 열악해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스포츠와 IT의 융·복합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스포츠와 IT는 물론 관광, 의료, 커뮤니케이션, 의류 등과의 협업을 통해 융·복합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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