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우리카드, 배구단 임의탈퇴 번복…속사정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6일 05시 45분


한국배구연맹(KOVO) 회원사에서 탈퇴하겠다던 우리카드가 또 말을 바꿔 배구단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갈팡질팡하는 우리카드의 태도에 KOVO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하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연맹(KOVO) 회원사에서 탈퇴하겠다던 우리카드가 또 말을 바꿔 배구단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갈팡질팡하는 우리카드의 태도에 KOVO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하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연고지 입성금·KOVO 가입금 회수 어려워
금감원, 문체부 책임없는 행동 압박 한 몫
서울로 연고지 이동…구단운영 변화 약속

4월 6일자로 한국배구연맹(KOVO) 회원사에서 스스로 탈퇴하겠다던 우리카드가 또 말을 바꿨다. 우리카드는 회원사 임의탈퇴 결정 사흘 전인 3일 KOVO에 긴급면담을 요청한 뒤 “배구단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관리구단 체제에서 새 인수자를 알아보려던 KOVO는 우리카드의 탈퇴 결정 번복을 우선 환영했다. 물론 아직은 조심스럽다. 우리카드가 2년 전에도 한 차례 배구단 운영을 포기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자 등 떠밀리듯 2시즌 동안 배구단을 운영했고, ‘신영석 비밀 트레이드’라는 지뢰까지 숨겨놓은 터라 100% 믿지는 않고 있다. 우리카드는 왜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이처럼 갈팡질팡 행보를 거듭하는것일까.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우리카드, ‘신영석 폭탄’보다 더한 ‘공중분해’도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카드는 배구단 운영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계속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의탈퇴 발표 전 우리카드는 배구단 매각작업이 어렵게 되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서울연고지 입성금 20억원과 KOVO 회원사 가입금 4억원의 회수였다. 금융사의 생리상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배임’이라는 단어가 나왔던 이유다. 우리카드는 각 구단의 단장과 KOVO에도 협조를 구했다.

상황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자 최후의 방안도 검토했다. 주력 선수들을 모두 현금 트레이드하는 ‘파이어 세일’이었다. “비주전은 은퇴시키고 주전들만 처분하면 50억원은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우리카드의 고위 책임자가 KOVO에 털어놓았다. 물론 이 방안은 없던 일이 됐다. 우리카드가 금융권 상위단체에 이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가 “지금 제 정신이냐”는 호통을 들은 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분을 지닌 국책은행의 자회사가 이처럼 책임 없는 행동을 했을 경우 불러올 여론의 비판, 정부정책과의 엇박자 등 후폭풍을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카드에 압력이 들어가다!

금융감독원은 물론 문화관광체육부에서도 우리카드의 책임 없는 행동에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미 신영석을 팔아치운 뒤 배구단에서 손을 떼기로 했던 우리카드로선 여론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이 압력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다시 배구단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3일 우리카드는 이사회를 통해 이 방침을 확인했다.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우리카드의 사장과 단장이 KOVO에 면담을 요청했다. KOVO 구자준 총재와 신원호 사무총장을 만났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31일 KOVO 이사회에서 했던 발표를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우리카드 김진석 단장은 현장에서 각 구단 단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양해도 구했다. 그동안 구 총재와 KOVO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오던 터라 우리카드의 결정 번복은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이미 2차례나 KOVO와 회원사의 뒤통수를 쳤던 전례가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진 않았다.

● “이번에는 믿어달라”는 우리카드의 청사진

우리카드는 3일 면담에서 “앞으로 제대로 배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약속을 했다. 연고지는 서울로 옮긴다고 했다. 현 연고지 아산시는 뜨내기처럼 배구단을 운영해온 우리카드의 행태에 반감이 컸다. 그래서 올 시즌 후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고지에 정착하면 훈련장까지 지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떠나라”고 통첩했다.

KOVO는 장충체육관을 배구전용경기장으로 해주면 남녀팀의 경기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이미 서울시와 했다. 다음 시즌 이를 지켜줘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는 무조건 서울로 입성해야 한다.

우리카드는 전혀 프로답지 않았던 구단 운영도 완전히 바꾼다고 선언했다. 우리카드가 진정으로 배구단 운영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은 훈련장과 숙소가 될 것이다. 중학교 훈련장을 빌려 쓰고 아파트 몇 채에 선수단을 방치해두는 운영을 계속한다면 ‘역시나 또’라는 비난과 함께 선수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그동안 우리카드 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싶어도 전용훈련장이 없어서 못했다. 대부분의 중학교 팀도 보유한 훈련장이 없는 프로팀이었다. 숙소도 마찬가지. 방이 없어 약품 창고나 거실에서 잠을 자는 선수도 있었다. 창단 이후 계속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새 숙소는 서울 방이동에 있는 남자프로농구 LG의 옛 훈련장과 숙소가 될 전망이다. 최근 모 건설사가 그동안 비어있던 이 곳을 매입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은행이 그 건설사의 주거래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신뢰성 회복의 상징은 신영석 비밀트레이드 해결

타 구단들은 우리카드에 배구단 운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표시로 잘못된 행위의 원위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석 현금트레이드의 해결이다. 타 구단들은 우리카드가 만일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으면 앞으로도 마지못해 배구단을 운영하면서 또 다른 신영석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것이다. 우리카드는 ▲배구단을 제대로 운영할 전문가를 영입하고 ▲수준급의 외국인선수를 선발하고 ▲민영화가 되더라도 인수기업이 배구단을 함께 가져가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 약속들이 지켜질지는 앞으로 우리카드의 행보를 지켜보면 알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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