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패싱축구’에 철저히 변화 성남전 연속AS 등 완전체 공격수 변신 “가족이 날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뛴다”
“스트라이커의 존재 목적은 딱 하나라고 봐요. 골이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 정대세(31)의 주관은 뚜렷했다. 언제 어디서나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었다. 축구화를 신고, 포지션을 결정한 뒤 항상 같은 마음가짐이었다. 일본(가와사키 프론탈레·2006∼2010년)에서도, 독일(VfL보훔·FC쾰른·2011∼2012년)에서도 한결같았다.
전통의 명가 수원은 짧지 않았던 부진의 터널을 지나 2014시즌 클래식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정대세는 지난해 7골·1도움을 올렸다. 만족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주전도 아니었고, 기록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체 멤버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며 자위했지만, 붙박이 공격수로 뛰며 10골·2도움을 올린 2013시즌과 북한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한 2010남아공월드컵을 돌이켜볼 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외부에선 ‘한 물 갔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고, 팀에선 ‘계륵’처럼 비쳐졌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딱히 상관이 없는….
수원이 올해 초 경남 남해와 스페인 말라가에서 동계전지훈련을 하며 새 시즌에 대비할 때도 가시방석이었다. 계약기간 마지막 해. 구단과 연봉 조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어렵게 합의점을 찾았어도 서로 양보해야 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뤄진 전력보강은 대부분 공격진에 초점이 맞춰졌다. 카이오, 레오 등 경쟁자들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남해 전지훈련 당시 정대세는 “머리가 복잡하다. 수원 아닌 다른 K리그 팀은 무의미한데, 조금 답답한 마음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플레이도, 마음도 바꿔야 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이 추구하는 ‘패싱 축구’에 철저히 녹아야 했다. 그는 ‘자이니치(재일한국인 또는 북한인)’다.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곧 도태되는 경계인이었다. 그런데 K리그는 그렇지 않았다.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이다. 정대세의 수원이 아닌, 수원의 정대세가 먼저다.
다행히 그는 프로였다. 이를 악물고 땀 흘린 결과,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발과 교체 출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필드에 있는 한 모든 힘을 쏟았다. 가족의 힘도 컸다. 자기만을 바라보는 아내, 지난해 10월 태어난 아들 태주를 보며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그렇게 욕심을 버린 결과는 ‘특급 도우미’였다. 예전 같으면 슛을 할 때, 지금은 좀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볼을 배급한다. 3월 14일 인천과의 홈경기(2-1 승)와 22일 성남 원정경기(3-1 승)에서 연속 어시스트를 올린 데 이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완전체 공격수’로 재탄생했다. 본인도 “신기하다. 왜 이렇게 도움을 잘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항상 가족이 날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며 뛴다. 더 이상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다”며 웃었다.
서 감독의 말에 해답이 있다. “희생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자존심을 버리고 공존하는 선수가 됐다. 참 고맙다.” 달라진 정대세가 가져온 긍정의 바람은 수원 상승세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