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기자의 시드니 리포트] 슈틸리케호, ‘휴식 보약’ 먹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8일 06시 40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조1위 통과로 호주 대신 개최국 프리미엄 누려
결승 상대 보다 하루 더 쉬고 이동 일정도 없어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26일 이라크와의 2015호주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그는 “8강전(22일)을 마친 뒤 우리가 이라크보다 하루를 더 쉰 것은 맞다. 사실 이 일정은 개최국 호주를 위한 것이었다. 개최국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인데,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따돌리고 조 1위를 차지해 좋은 일정을 손에 넣게 됐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다. 한국-이라크의 4강전이 벌어진 26일은 호주의 국경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였다. 1788년 영국 제1함대 선원들과 영국계 이주민들이 호주 땅을 처음 밟은 날로, 한국의 개천절과 비슷한 날이다. 호주는 자국 대표팀이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4강에 오르면 국경일을 맞아 시드니에서 경기를 성대하게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도 경기장 인근에서 준비했다. 그러나 한국이 호주를 꺾고 A조 1위를 꿰차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호주 대신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리며 결승 준비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결승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 올림픽파크 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펼쳐진다. 한국-이라크의 4강전 장소와 같다. 이에 따라 대표팀은 이동 없이 결승에 대비 중이다. 아울러 결승 상대보다 하루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얻었다.

이 덕분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27일 훈련 없이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코칭스태프는 훈련하는 것보다는 쉬면서 심신을 달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진수(23·호펜하임)는 이번 대회 5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도 한 차례 교체 아웃됐지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시간은 고작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출전시간이 길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기성용, 김진수는 현 상황에선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는 선수들이다. 모든 선수들의 회복이 중요하지만 특히 이들 2명에게는 휴식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 수고한 태극전사들 모두 푹 쉬면서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도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 @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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