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맞춰… 훅 훅 어퍼컷!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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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복싱 등 이색 스포츠 인기, 생활체육에 엔터테인먼트 접목
“스트레스 풀리고 살도 빠지고”… 젊은 여성들 중심 급속확산 추세

4일 서울 노원구 상계로의 한 뮤직복싱 체육관에서 수강생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복싱을 하고 있다. 에어로빅처럼 단체로 하는 뮤직복싱은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일 서울 노원구 상계로의 한 뮤직복싱 체육관에서 수강생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복싱을 하고 있다. 에어로빅처럼 단체로 하는 뮤직복싱은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컴컴한 실내에 3색 조명이 켜지자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약 66m²의 좁은 공간에 열을 맞춰 선 남녀 11명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20대 여성들이다. 그런데 동작이 이상하다. 춤이 아니라 훅이나 스트레이트 같은 복싱 동작이다. 한쪽 구석에 걸려 있는 샌드백이 이곳이 어디인지 말해준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에 있는 ‘용인대 뮤직복싱’ 체육관이다.

뮤직복싱은 에어로빅처럼 음악에 맞춰 복싱을 배울 수 있게 만든 단체운동이다. 훅, 스트레이트 등의 복싱 공격 기술과 더킹, 슬리핑, 위빙 등의 복싱 방어 기술로 동작이 구성된다. 하지만 정해진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천석 관장(33)은 “2011년 배우 이시영이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한 뒤 복싱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많아졌다”며 “뮤직복싱을 하면서 여성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곳 회원 110명 가운데 여성은 90명이 넘는다.

○ 이색 스포츠가 뜬다

최근 뮤직복싱처럼 일반 생활체육에 음악과 조명 등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이색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생활체육복싱협회는 현재 전국의 복싱체육관 1200∼1500개 가운데 약 10%에서 뮤직복싱을 가르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클럽 분위기에서 자전거운동을 하는 스피닝도 인기 있다. 서울 강북구 도봉로의 한 대형 피트니스센터는 공연용 음향기기와 무대가 있는 별도의 스피닝룸을 따로 갖추고 있다.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음악에 맞춰 자전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신나게 운동을 하려는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다. 강사 윤용노 씨(27)는 “사설 협회들을 통해 스피닝 지도자격증을 딴 강사가 해마다 수백 명씩 배출되지만 수요가 많아 강사가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색 스포츠는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가 놀이로 변하면서 나타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반 생활체육으로는 여성들의 높아지는 스포츠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색 스포츠는 규칙을 최소화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는 펍(pub·맥주와 음식을 파는 대중적인 술집) 스타일로 꾸민 술집에서 볼링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볼링장도 등장했다.

수강생들은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색 스포츠의 매력으로 꼽는다. 뮤직복싱 수강생 신서진 씨(21·여)는 “일반 복싱체육관은 분위기가 험악해 여자들이 다니기가 좀 부담스럽다”며 “힘든 헬스와 달리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뮤직복싱은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스피닝 수강생 임지혜 씨(24·여)도 “술 마시고 노는 클럽은 살찔까봐 걱정되는데 클럽에 온 것처럼 신나게 놀면서 살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중의 스포츠 관심 높이는 효과


이색 스포츠의 인기에 일부 생활체육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김용호 대한생활체육복싱협회 사무총장은 “일반 복싱으로는 운영이 힘들어서 뮤직복싱으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 이색 스포츠는 영업이 어려워진 체육시설업계가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라며 “이색 스포츠에 밀려 취약한 생활체육의 기반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색 스포츠의 긍정적인 역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색 스포츠가 스포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가 길거리 농구를 만든 뒤 농구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대중의 관심이 커져야 생활체육도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이색 스포츠는 일반 생활체육의 영역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을 넓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리안 인턴기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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