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은퇴식이 의미있었던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21일 06시 40분


박찬호(41·위)가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올스타전에서 20개월간 미뤄왔던 은퇴식을 가졌다. 동료 후배선수들은 다함께 박찬호를 헹가래를 하며 전설의 은퇴를 축하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박찬호(41·위)가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올스타전에서 20개월간 미뤄왔던 은퇴식을 가졌다. 동료 후배선수들은 다함께 박찬호를 헹가래를 하며 전설의 은퇴를 축하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꿈을 준 김경문 감독과 시구·시포
후배들이 마련한 ‘잊지 못할 순간’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1)가 한국프로야구 올스타들과 전 구단 팬들 앞에서 ‘현역’ 생활의 마지막 공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박찬호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서자, NC 김경문(56)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포수 미트를 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손에서 날아간 공은 OB 베어스의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뒷받침했던 포수 김경문의 미트에 꽂혔다. 최후의 공을 던지고 받은 공주고 선후배가 이내 부둥켜안았다. 뜨겁고 진한 포옹이었다.

박찬호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의미 있는 은퇴식을 치렀다. 박찬호의 야구 인생을 담은 기념 영상과 함께 시작된 은퇴식은 주인공의 시구와 후배들의 헹가래로 하이라이트를 맞았다. 박찬호의 공주고 선배인 김 감독은 끝까지 의리를 빛낸 ‘아름다운 조연’이었다. 박찬호는 “내가 직접 시포를 부탁드렸다. 감독님은 베어스의 포수로서, 또 공주 출신으로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내게 꿈을 주신 분”이라며 “존경하는 분이고 훌륭한 선배님이다. 감독님께서 ‘오히려 (네 마지막 공을 받게 돼)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나 역시 더 큰 존경심을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20개월간 미뤄졌던 이 은퇴식은 지금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박찬호의 후배들이 직접 나서 추진하고 성사시켰다. 올스타전에서 이렇게 많은 축복 속에 은퇴식을 치른 인물은 박찬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라고 되뇌었다. 박찬호는 “야구장은 내 인생의 학교였다. 야구는 내가 선택한 인생의 과목과도 같고, 야구를 통해 정말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며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삶의 열정과 애정, 사랑, 꿈, 인생의 철학까지 배웠다. 그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마이크를 내려놓는 박찬호의 눈가에는 곧 흘러내릴 듯한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순간을 함께 한 후배 선수들과 관중들은 그 눈물보다 더 뜨거운 박수로 영웅을 환송했다. “늘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 팬들 앞에서 손을 흔들고 은퇴하는 순간을 꿈꿨다”는 ‘코리안 특급.’ 그는 그렇게 또 하나의 꿈을 이룬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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