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 소재불분명 삼진아웃’ 배드민턴협회는 뭐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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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8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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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 스포츠동아DB
이용대. 스포츠동아DB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26)와 그의 복식파트너 김기정(24·이상 삼성전기)의 1년 선수 자격 정지 징계의 원인은 협회의 안이함으로 드러났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 24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도핑테스트 관련 규정 위반(소재불분명)으로 1년 자격 정지 조치 통보를 받았다.

국제반도핑기구(WADA)는 2013년 3월과 11월, 이용대와 김기정의 도핑테스트를 하기 위해 이들의 '소재지'로 등록된 태릉선수촌을 방문했지만 두 선수를 만나지 못했다. 또 지난해 9월의 경우,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선수들의 소재지를 제때 등록하지 못해 경고를 받았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이렇게 3번의 경고가 이어진 끝에 '삼진아웃', 2015년 1월 23일까지 1년 동안 배드민턴 선수로서의 자격을 정지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선수들로부터 출전 대회 일정을 전달받아 소재지를 등록한다. 소재지 등록은 달력에 따라 '일 단위'로 입력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각 선수들은 이에 따라 머무는 숙소와 경기장 주소를 세부적으로 입력해야한다. 이 같은 전산시스텝은 지난 2009년 시범도입됐고, 2010년부터 정식으로 운영됐다. WADA는 이들 정보를 통해 각 선수들의 소재지를 파악한 뒤 불시에 방문,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WADA 관계자들이 첫 번째로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지난 3월, 소속팀인 삼성전기 숙소로 돌아간 상태였다. WADA 측이 두 번째로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11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여기에 9월의 경고까지 더해져 '삼진아웃'이 된 것이다.

이 기간 내내 BWF에 등록된 이용대와 김기정의 소재지 정보는 한결같이 국가대표팀 숙소인 '태릉선수촌'이었다. 만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그때그때 선수들의 정확한 소재지대로 '용인 삼성전기 숙소', '전주 그랑프리 대회장 및 숙소' 등으로 변경했다면 이용대와 김기정은 WADA의 도핑테스트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도핑테스트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이사는 28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해 "9월 서면으로 조사 일정이 있다고 전달받았지만, (소재지등록) 마감 기한을 넘겼다. 이를 국제배드민턴연맹은 '불이행'이라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김 이사는 '2차례의 경고가 누적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도핑 검사를 받지 못한 2번만 아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서면 통보를 받은 9월까지 포함된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국제배드민턴연맹은 당초 이용대와 김기정에게 2년간의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려했으나, 이번 사태가 선수들의 잘못이 아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적 착오로 인한 실수임을 감안해 1년 징계만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만 달러의 벌금형도 추가로 받았다. 따라서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에 항소하더라도, 이들의 징계가 더 감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로 인해 한국 남자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듀오인 이용대-김기정 조가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월에 개최되는 이번 아시안게임의 엔트리 등록은 8월 중순에 마감된다. 따라서 이용대와 김기정의 징계가 빠른 시일 안에 6개월 미만으로 낮아지지 않을 경우 두 선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

또한 일이 잘 풀려 출전하게 되더라도, 이용대와 김기정의 커리어에는 '2014년 도핑테스트 규정 위반으로 선수자격 정지'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또한 이들은 출전 정지 기간 동안 선수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국가대표 훈련은 물론 소속팀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이용대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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