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지동원 월드컵 꿈 있다면 새 둥지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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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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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지동원. 스포츠동아DB
박주영-지동원. 스포츠동아DB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딱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두 명의 제자들 탓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포지션과 몸담은 무대까지 똑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 아스널에 소속된 박주영(27)과 선덜랜드 지동원(22)이 홍 감독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주인공들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둘 모두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박주영과 지동원은 간간히 클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훈련 사진에서나 “두 선수들이 아직 선수단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뿐이다.

홍 감독이 대표팀 합류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게 ‘꾸준한 출전’과 ‘실전감각’이다. 그런데 박주영과 지동원은 나란히 두 가지 조건과 거리가 멀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미운오리’ 취급을 받는다. 10월29일(한국시간) 첼시와 2013~2014 잉글랜드 캐피털원컵(리그 컵) 16강전에 후반 막판 교체로 출전한 게 유일한 실전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 임대 시절인 올해 4월22일 정규리그 사라고사와 경기에 출전한 이래 거의 반 년만이었다. 당연히 아스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아스널 아르센 웽거 감독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통해 “박주영은 좋은 능력을 지녔다. 성실하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는 립 서비스를 하면서도 “당장 출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 위건(챔피언십 2부 리그)의 단기임대 제안을 왜 거절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로선 선수 의사를 존중해야 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이 아마 그에게 마지막 월드컵 출전 기회가 될 텐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뛰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으면 이적하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지동원이라고 해서 크게 좋을 건 없다. 고작 5경기에 나섰다. 프리미어리그 4경기와 리그 컵 한 경기였다. 그에게 각별한 관심과 믿음을 보여줬던 디 카니오 전 감독이 떠난 이후 어디에도 녹아들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최근 첼시와 리그 컵 8강전에서 연장 후반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쏟아지는 현지의 찬사 속에 펄펄 날고 있는 미드필더 기성용(24)의 처지와는 극명히 다르다. 신임 사령탑 포옛 감독의 신뢰를 지동원은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제 열흘 가량 지나면 유럽축구 겨울 선수이적시장이 열린다. 내년 1월 공식 개장된다. 현 시점에서 위안이 되는 건 박주영과 지동원에게 관심을 갖는 클럽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박주영에게는 과거 AS모나코 시절을 떠올리는 프랑스 리그앙(1부 리그) 팀들을 위시로 러브콜이 있고, 지동원은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점을 떠올리는 독일 분데스리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지동원 영입을 진행 중이라는 독일 현지 매체들의 보도도 최근 나왔다.

다가올 주말에도 둘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과 지동원에게 월드컵 출전의 꿈이 진정 존재한다면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고비 때마다, 또 이적 시점마다 늘 흔들리곤 했던 마음도 굳게 다잡을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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