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호준 “아들 응원에 야구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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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7시 00분


NC 이호준(왼쪽)은 모범적인 FA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호준이 신생팀 NC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한 데는 가족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스포츠동아DB
NC 이호준(왼쪽)은 모범적인 FA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호준이 신생팀 NC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한 데는 가족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스포츠동아DB
■ ‘모범 FA’ 이호준의 따뜻했던 1년

‘당신을 리더로’ NC 진심에 마음 흔들
하지만 아들의 전학문제로 고민할 때…
‘즐겁게 야구하세요’ 감동의 응원편지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팬들과 언론의 첫 번째 관심은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계약규모, 즉 ‘머니싸움’에 쏠린다. 프로스포츠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각 선수들의 결정,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숨겨져있다.

팀을 옮기는 것은 선수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그러나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앞둔 시점에선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와도 이사, 아이들의 전학 등의 문제로 인해 크게 망설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FA 선수들은 돈 말고도 선수로서 남기고 싶은 기록,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을 더 크게 생각하며 한창 고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3시즌 가장 성공적인 FA로 꼽히는 이호준(37·NC)도 꼭 1년 전 지금 큰 고민에 휩싸여있었다. SK에서 이호준은 많은 것을 이뤘다. 부상과 싸우면서도 4번타자로서 정상급의 기량을 뽐냈다. 2012년 그는 3할 타율에 18홈런 78타점으로 확실히 부활했다.

두 번째 FA 계약을 앞두고 정든 팀에 남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었고 사실 무엇보다 NC에서 제안한 ‘마지막 도전’이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는 당신을 팀 전력을 강화해줄 멤버로서뿐 아니라 팀 리더로서 영입하고 싶다”는 한마디는 사나이 이호준의 가슴 속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계약조건도 충분히 자신을 존중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호준은 선수이기에 앞서 아빠였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인천으로 찾아가 직접 이호준을 만났던 NC 배석현 단장은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아이가 얼마 전에 야구를 그만뒀다. 많은 것에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데, 전학까지 가자고 할 수는 없다’며 사양하더라. 더 설득할 수가 없었다. 아이 때문인데….”

그러나 얼마 후 이호준은 NC행을 결심했다. 그 결정에는 아들의 편지가 있었다. ‘아빠가 야구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전학을 가도 상관없다. 아빠를 응원한다’는 가슴 뭉클한 내용이었다.

온 가족이 이사를 준비했지만, 결국 이호준 홀로 창원에 짐을 풀었다. 아이들은 주말에 엄마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다. 아빠는 결국 아이들을 전학시키지 않기로 했다. 물론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살며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은 크게 불편했다. 그러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오히려 더 애틋한 가족사랑을 다시 배웠다. 이호준은 “덕분에 (모)창민이가 와서 설거지 하고 청소도 해주고 고생 많았다”고 웃으며 “아들이 엄마를 닮아 섬세한 성격인데, 전학도 갈 수 있다는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2013년 타율 0.278, 20홈런, 87타점을 올렸다. 홈런은 2005년(21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역시 아빠는 위대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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