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홍명보호의 ‘빈약한 골 결정력’…골잡이 육성·전술 개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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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30일 07시 00분


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오래 전 얘기다. 골잡이 출신의 K리그 감독 A가 훈련 중인 공격수 B를 불러 세웠다. 훈련 때도 골문 안으로 제대로 차 넣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A는 핏대를 세워가며 큰 몸짓으로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저렇게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고, 요렇게 차면 골이잖아. 그게 어렵냐.” 훈계를 한 뒤에도 A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한때 잘나갔던 자신의 눈높이로 봐서는 B가 성에 찰 리 없었다. 비법(?)을 전수받은 B가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까. 아니다. ‘이렇게 저렇게’부터 꼬이더니 ‘요렇게’가 되지 않았다. 만화 속 그림을 상상하듯 머릿속으론 골 넣는 장면이 그려지지만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최근 한국축구의 화두는 ‘골 결정력’이다. 찬스에서 한방이 없다. 28일 끝난 2013동아시안컵에는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 김신욱(울산) 등 K리그 최고 골잡이들이 나섰지만 결과는 시답지 않았다. 3경기에서 겨우 1골. 상대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한국은 총 40회 슛을 통해 1골을 넣은 반면 일본은 23회 8골, 중국은 30회 7골, 호주는 26회 5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득점은 일본(2.67골) 중국(2.33골) 호주(1.67골)에 이어 한국은 0.33골에 불과했다.

찬스를 엮어가는 과정은 괜찮았다.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를 하면서 전개되는 공격 패턴은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최소한 ‘뻥 축구’ 소리는 듣지 않았다. 하지만 문전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했다. 이는 개인기량의 미숙함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팀플레이가 없었던 점도 문제다. 약속된 플레이가 부족했고, 부분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길어진 골 침묵은 선수들의 부담감과 조급함으로 이어졌다. 이런 심리적인 것도 부진의 한 원인이었다.

한국축구에서 골 결정력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축구의 고질병(痼疾病)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슈팅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거나 위치 선정이 잘못됐을 때, 패스 받는 자세가 흐트러졌을 때, 방향 설정이 잘못됐을 때, 강약조절에 실패했을 때, 헤딩의 각도가 틀렸을 때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낸다. 이런 원인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골잡이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골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감각이 있는 어린 선수를 골라서 꾸준히 관리하고 육성해야 대형 스트라이커를 기대할 수 있다. 메시(바르셀로나) 호날두(레알마드리드) 같이 ‘원샷원킬’이 가능한 선수가 없는 건 이런 선수육성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축구에 2가지 과제를 남겼다. 하나는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K리그 클럽들이 골잡이 육성에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월드컵 본선에서 성적을 내기 위한 전술 개발의 필요성이다. 전자는 장기플랜을 통해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길러 내야하고, 후자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유럽파가 합류하면 골 결정력은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을 장담하기엔 그들의 능력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감독의 자리가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홍명보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어떤 선수를 택하고, 어떤 전술로 훈련시켜서 상대의 골 망을 출렁이게 할지 그의 판단과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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