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태극전사’ 끈기로 亞정상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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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뒤지다 후반47분 동점골… 승부차기서 이라크 4-1 꺾어
U-19 축구팀 8년만에 우승컵

‘침착함’과 ‘끈질김’으로 무장한 리틀 태극전사들이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과 이라크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17일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흐의 에미리츠 경기장. 한국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전반 35분 이라크에 선제골을 내줘 0-1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었던 후반 추가 시간. 파상공세를 펼치던 한국은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47분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문창진(19·포항)이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이라크의 골 망을 흔든 것. 리틀 태극전사들이 만들어 낸 극적인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골이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한국 선수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고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이라크 선수들과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던 이라크 팬들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연장전 들어 이라크를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양 팀은 ‘11m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리게 됐다.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 탓에 종종 승부차기에서 실축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침착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수차례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이광종 감독은 “조별리그 때부터 꾸준히 승부차기 훈련을 해왔다”고 밝혔다. 네 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시킨 한국은 단 한 명의 키커가 골을 넣은 이라크를 4-1로 누르고 2004년 말레이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동점골을 넣은 문창진은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1-0 승)부터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170cm, 63kg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돌파와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문창진은 작지만 영리한 선수다. 기본기가 뛰어나고 볼 터치 능력이 좋아 자신보다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3-1 승)에서 파넨카 킥(공을 찍듯이 차면서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것)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기도 한 문창진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두둑한 배짱을 갖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리틀 태극전사#아시아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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