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오만을 일깨워준 ‘만항재’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10월 4일 15시 08분


코멘트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정기산행


2012년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2기 산행이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만항재’ 일대에서 9월22일 진행되었다.

정선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국산악사진가회 이훈태 회장의 <산사진 촬영>에 관한 차내 강의가 있었다. 피사체 선정, 셔터를 누를 타이밍, 노출시간 조절하기, 구름이나 능선 등 자연현상 표현하기에 관한 촬영기법을 자료사진과 함께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산행은 강원도 정선군, 영월군, 태백시 경계지역인 만항재(1,330미터)를 출발해서 백운산(1,462미터)을 거쳐 고한읍 밸리콘도로 하산하는 산행 계획을 세웠다. 해발 1,330미터까지 대형 버스로 올라가니 편리하면서도 왠지 ‘이렇게 높은 곳까지 버스가 올라와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백산과 태백산은 옛날에는 하나의 산군(山群)으로 그 산군(山群)의 주산(主山)은 현재의 함백산이다. 두 산은 같은 산줄기에 비슷한 덩치이고, 높이에 있어서는 함백산이 1573미터 이고 태백산(장군봉)은 1567미터 이므로 함백산보다 6미터 낮다. ‘지금의 함백산이 본디 태백산이다’는 주장이 있다. 그 근거 중 가장 유력한 것이 ‘정암사(淨巖寺)사적기’의 <태백산 서쪽에 정암사가 있다>는 기록이다. 즉, 이 기록의 (태백산 서쪽 정암사)란 (정암사 동쪽 태백산) 이라는 말인데 정암사 동쪽에 있는 산은 현재의 함백산이기 때문이다.

또, 1861년경에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전도’에는 지금의 함백산을 대박산(大朴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학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태백산과 함백산 일대의 산군(山群)을 본디 포괄적으로 <한박山>이라 했는데 이를 한자어로 표현하면 ‘함백산’ 또는 ‘태백산’이 된다.


만항재(1,330)를 중심으로 보면 동쪽이 함백산(1,573), 남쪽이 태백산(1,567), 서쪽이 백운산(1,462)으로 이 일대의 산악지형은 우리나라 산악의 핵심에 속한다. 그러면서 석탄산업의 전성기에 채탄의 현장이었다.

만항재는 석탄을 캐던 시절,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운탄(運炭)길의 일부를 보수하여 만든 길의 고갯마루다. 이 일대엔 아직도 옛 운탄길이 이곳 저곳에 남아있고 그 중 일부 구간이 운탄고도라 불리고 있다. 운탄길은 하나의 연결된 길이 아니고 이 일대 고지에 불연속적으로 산재돼 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운탄고도’도 바로 이 만항재에서 접근하면 쉬운 곳이 많다.

만항재에 도착한 우리 콜럼비아 필드테스터 일행은 10시30분경 만항재를 출발, 백운산으로 향했다. 만항재에 도착하자 우리는 운탄길 표시가 있는 도로로 접어들지 않고 두위지맥 마루금으로 바로 향했다. 만항재에서 백운산 - 화절령 -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두위지맥이라 하는데 초입부의 산죽으로 뒤덮인 능선이나 안부는 등산로가 분명치 않다.

편한 운탄길을 버리고 마루금을 타기 위해 산죽(조릿대)길로 접어들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완만한 능선지대가 많고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는 마루금 주변 산세는 부드러운 듯 완만한 능선으로 자칫 길을 잘 못 들어서면 계곡이나 지능선으로 빠져버린다. 내려갈수록 깊고 울창한 수림지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만항재를 출발하고 어느 정도 산행이 진행된 뒤에야 길을 잘 못 들었음을 느끼고 산행을 잠시 중지시켰다. 일행이 휴대하고 있던 지도와 GPS 그리고 정찰 결과를 바탕으로 길을 다시 바로잡아 1387봉 다음에 있는 1386봉으로 향했다.

1386봉을 지나 백운산으로 향하자 왼쪽 9부능선에 운탄길이 보였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길이 아닌 운탄길은, 하나의 갱도가 끝나면 다음 갱도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또 운탄길이 폐허가 된 현재는 그동안 산사태로 인해 길이 없어진 곳도 있다. 남아있는 운탄길은 산허리의 위, 아래로 얽혀있고 잡초만 무성한 옛길은 오솔길로 연결되기도 한다.

산행 도중 길을 잘 못 든 것으로 인해 시간상으로 일몰 전에 백운산을 갈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렇게 계획했던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만항재로 되돌아왔다.

미완의 산행을 마친 후, 산행에서 예정된 루트를 가지 못하는 실수를 되새겨 보았다. 실수라기보다는,‘내 머릿속에 산행 코스를 다 그려 넣었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산에서의 오만과 방심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운틴 월드 이규태 사진 이훈태 master@mountainworld.net   
영상 = 차무상 객원 VJ

▲동영상=교만과 오만을 일깨워준 ‘만항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