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병호, 욕심버리고 괴력 찾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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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8일 07시 00분


넥센 박병호는 지난해 LG에서 이적한 이후 그야말로 ‘신데렐라’ 같은 1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전 경기에 4번타자로 출장한 올 
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 그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박병호는 지난해 LG에서 이적한 이후 그야말로 ‘신데렐라’ 같은 1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전 경기에 4번타자로 출장한 올 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 그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4번 박병호의 인간극장

고교 거포 부담에 발목잡힌 LG맨 6년
이적 1년 만에 거짓말 처럼 장타 봇물
홈런 1위·타점 2위…1경기 3홈런까지
“개인상 보다 풀타임 출전”무심타법 덕?


박병호(26·넥센)에게는 ‘신데렐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성남고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던 그는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다 지난해 7월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직후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했다. 1군에서 처음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있는 올 시즌 그는 당당히 홈런 1위와 타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팀을 옮긴지 불과 1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변신했다.

주변의 좋은 평가에도 박병호는 항상 손사래를 친다. “여전히 배우고 있는 선수에 불과하다”며 몸을 낮춘다. 이유가 있다. 부담감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LG 시절에는 주변의 많은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서 생활할 때 그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한다. 이유는 야구를 잘 못하다보니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185cm, 97kg으로 큰 덩치의 사나이지만 상처를 많이 받는 성격 탓에 부담감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데 실패했다.

팀을 옮긴 뒤 부담감에서 탈출하자 박병호의 방망이는 불을 뿜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경기 3홈런을 터트리는 등 리그를 지배하는 홈런타자가 됐다. 그는 “뒤에 강정호(25)라는 좋은 타자가 있고, 앞에는 베테랑 이택근(32) 선배가 있어 부담을 나눠서 지다보니 좋은 활약이 나오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딱 하나 있다고 했다. 책임감이다. 이전과 달리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7월 넥센이 하향세에 접어들었을 때 박병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팀 성적이 좋을 때는 클린업 트리오에서 장타가 많이 나왔는데 7월에는 장타가 사라졌고, 팀도 연패를 많이 당했다. 4번타자로 책임감을 크게 느꼈고,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박병호의 이번 시즌 목표는 여전히 ‘풀타임 출전’이다.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지만 개인상에는 전혀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홈런왕과 타점왕 등 개인기록을 의식하면 욕심이 생기고, 힘이 들어간다. 타이틀 획득보다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내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프로 데뷔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좋은 타격감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무심타법’을 택한 것이다. LG만 만나면 좋은 성적을 내는 박병호지만 자신을 떠나보낸 친정팀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일부에서 LG를 말할 때 ‘도련님 야구’라고 표현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가 몸담을 때도, 지금도 선수들이 굉장히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팀이다. 진심으로 LG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트레이드가 되면 친정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지니기도 하지만 달랐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보다 내년, 내후년의 박병호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는 “(박)병호는 워낙 파워가 뛰어나 기술적으로 조금 더 가다듬고, 투수와의 수읽기에 눈을 뜨면 더 많은 홈런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박병호는 박 코치와 약속을 했다. 딱 3년간 앞만 보고 달리기로 했다. 그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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