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0억 야구장 장사’ 변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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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7시 00분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왼쪽 2번째)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 발전을 위한 청책(경청+정책) 워크숍’에서 한 야구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왼쪽 2번째)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 발전을 위한 청책(경청+정책) 워크숍’에서 한 야구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박원순 시장의 ‘야구발전 청책 워크숍’ 무엇이 문제인가

잠실구장 연수입 100억…시설 개선 인색
“한국 스포츠에 야구만 있나” 볼멘소리도

“세계 청소년야구대회 치를 구장 없으니
프로야구 잠실-목동 비워라” 책임 전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4일 잠실구장에서 ‘야구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개 정책토론을 펼쳤다. 토론회에 참석한 야구 관계자들은 30년간 프로야구에 산적한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고, 박 시장은 불만사항을 꼼꼼히 적으며 경청했다. 그러나 한 야구 관계자는 “실질적 움직임이 없다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를 위한 변명의 장?

이날 핵심사안은 서울시의 잠실구장 임대료-광고권료 인상과 고척동 돔구장의 사용방안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잠실구장 임대료를 11억7200만원이나 올렸다. 광고권료도 ‘광고사용권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해 72억2000만원을 챙겼다. 서울시 측은 “원래 광고권료가 20억원 안팎이었는데 올해 입찰 방식을 택하면서 수익을 올린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임대료 역시 “잠실은 절차상 서울시가 개입하는 부분이 있지만 원래 위탁을 맡겼다. 임대수익(60억원) 중 24억원은 관리비에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올해 잠실구장을 통해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 4일 토론회는 그간 구장 관리를 구단에 맡겼다가 프로야구의 인기가 폭발하자 다시 ‘집주인’으로 권리행사에 나섰음을 시인한 장이나 다름없었다. 송두석 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은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잠실과 목동, 2개 구장에 500억원을 투자해 시설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수습했지만 “앞으로 안정적 세수확보가 보장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스포츠가 야구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축구, 배구, 농구 등이 있는데 야구에만 투자를 늘리기에는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였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어디서?

고척동 돔구장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고척동 돔구장의 사용방안이 왜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다. 동대문구장을 없앤 것은 서울시니까 고척동구장도 동대문구장처럼 아마추어들에게 주고 사용료도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유치했지만 치를 구장이 없다. 서울시가 고척동구장 건설을 대회개최시기에 맞춰 해줬어야 하는데 못 했다. 그래놓고 개최할 구장이 없으니까 잠실과 목동구장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면 프로야구는 어디서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이날은 문제를 제기하는 토론의 장이었다. 실무진에서 구단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진행하는 것은 추후의 일이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가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은 2010년 7월이다. 서울시는 2년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대안이 없어 애매하게 프로야구에 책임을 전가하는 꼴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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