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PS다이어리] 서울 최용수 감독의 쿨한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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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7시 00분


FC서울 최용수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FC서울 최용수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정상을 노래했던 독수리의 꿈은 아쉽게 사라졌습니다. 울산과의 6강PO(19일). 상대 사령탑이자 동래고 선배인 울산 김호곤 감독을 향해 “먼저 휴가를 떠나시라”며 뼈 있는 농을 건넨 서울 최용수(사진) 감독대행의 가을 잔치는 상암벌에서 끝이 났네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했고, 또 ‘쿨’ 했습니다. 추가시간 7분이 흐른 뒤 1-3 패배를 알린 주심의 긴 휘슬이 울렸을 때 벤치에 있던 최 대행은 허탈해하던 제자들을 향해 먼저 갈채를 보냈죠. 본인도 무척이나 쓰라렸을 텐데요. 운도 참 따르지 않았어요. 데얀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번복됐고, 하필 ‘팀 살림꾼’ 하대성이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죠. 이래저래 분위기부터 밀리고 들어간 셈이죠. 오프사이드 판정? “그 분들(심판진)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가장 정확히 봤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올 시즌 초반, 서울은 거의 난파 직전이었죠. 최악의 상황에서 얼떨결에 잡은 지휘봉. 역경도 고난도 무수했지만 무난히 이끌어왔죠. 기적처럼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쳤고요.

“서울이 있어야 할 본래 위치가 여기가 아닌데”라는 의아함은 곧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죠.

사실 최 대행은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였죠. 어디까지나 정식 사령탑이 아닌, 임시 보직이었거든요. 8개월 동안 달았던 ‘대행’ 꼬리표를 뗄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를 놓쳤으니 얼마나 아쉬울까요. 아직 구단은 답이 없습니다. 6강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좀 더 성과를 지켜봐야지 않겠느냐”던 구단의 속내는 여전히 드러난 게 없어요. 다만 최 대행은 당당합니다. 많은 걸 배웠고, 또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요.

“부족한 날 믿고 잘 따라온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올해 점수를 매기면 약 49점쯤?” 5할도 안되는 점수를 스스로에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그 열정과 노력, 패기, 자신감만큼은 100점이었다고…. 내년에도 하늘 높이 비상하는 독수리를 볼 수 있을까요? 항상 레전드를 아껴온 서울의 혜안을 기대해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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