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캡틴’ 넥센 이숭용 어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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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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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고 한 팀서만 18년 주장으로 5년… 그래서 눈에 띈다

넥센 이숭용이 18일 삼성과의 목동 경기 도중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리며 그동안의 성원에 화답하고 있다. 1994년 태평양에서 데뷔한 그는 현대-히어로즈-넥센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한 팀에서만 18년을 뛰었다. 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넥센 이숭용이 18일 삼성과의 목동 경기 도중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리며 그동안의 성원에 화답하고 있다. 1994년 태평양에서 데뷔한 그는 현대-히어로즈-넥센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한 팀에서만 18년을 뛰었다. 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최근 고인이 된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과 타격의 달인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은 은퇴식의 영광을 누리진 못했다.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전 감독도 은퇴 경기는 일본에서 했다.

이들에 비하면 넥센 이숭용(40)은 평범한 야구 선수다. 타이틀 하나 획득한 적 없고, 골든글러브 한 번 받지 못했다. 그의 장점은 성실함, 꾸준함,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이다.

1994년 태평양에서 데뷔한 그는 현대, 히어로즈, 넥센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햇수로 18년이다. 16일 두산전에서는 프로 통산 6번째로 2000경기에 출장했다. 한 팀에서만 2000경기를 채운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18일 삼성과의 목동 경기에서 보통 선수인 그는 특별한 은퇴식을 가졌다.

○ 캡틴, 오 마이 캡틴

이숭용은 주장 전문 선수다. 2002, 2003, 2006, 2007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주장을 5년이나 했다. 김시진 감독은 “자기만 아는 선수였다면 그렇게 주장을 자주 맡을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원한 주장’ 이숭용을 보내는 이날 넥센 직원들은 ‘이숭용 티셔츠’를 입었다. 앞면에는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는 글자를, 뒷면에는 이숭용의 이름과 등번호 10번을 새겼다. 경기 시작 전 이숭용은 시타자로 나선 아들 승빈 군(4)을 상대로 시구를 했다. 5회가 끝난 뒤 클리닝타임 때는 약 30분에 걸친 성대한 은퇴식 행사가 추가로 펼쳐졌다. 소감 발표 때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자 팬들은 “이숭용”을 연호했다. 동료 선수들은 ‘이숭용 티셔츠’를 입고 그를 헹가래 쳤다.

○ 4개의 우승 반지


개인으로는 크게 빛나지 않았지만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의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현대 소속으로 4개의 한국시리즈 반지를 끼었다.

그는 “1998년 첫 우승 땐 중견수로, 2003∼2004년 2연패 때는 1루수로 우승을 확정짓는 공을 잡았다. 1998년엔 우승 기념 공을 관중석으로 던지는 바람에 욕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이었던 2003년 우승 때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현대는 SK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졌다. 4차전을 앞두고 그는 전 선수단을 소집한 뒤 “솔직히 팀이 위기에 몰린 것은 나 때문이다. 2차전에서 범한 내 실수로 쉽게 갈 수 있던 시리즈가 어렵게 됐다.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 때문에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팀 리더의 솔직한 사과 뒤 선수단 분위기는 급반전됐고 결국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 지도자로 인생 2막

이숭용은 내년 해외 연수를 떠난다. 현재 일본 구단들을 알아보고 있다. 연수를 마친 뒤엔 넥센으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할 예정이다. 이숭용은 “화려한 선수 생활은 아니었지만 행복했다. 좋아서 야구를 했고 한 팀에서 2000경기에 나섰다는 데서 무한한 영광과 벅찬 감동을 느낀다”며 “지도자가 되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 팬들의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좋은 지도자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마지막 경기에 7번 타자 겸 선발 1루수로 출전한 그는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4-2로 승리한 뒤 이숭용은 후배 선수들을 모두 끌어안고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개인 통산 기록은 2001경기 출장에 타율 0.281(6139타수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숭용은…::
△생년월일: 1971년 3월 10일 △출신교: 용암초-중앙중-중앙고-경희대 △투타: 좌투좌타 △체격: 키 185cm, 몸무게 86kg △혈액형: A형 △별명: 영원한 캡틴 △주장 역임: 2002, 2003, 2006, 2007,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1998, 2000, 2003, 2004년 △통산 성적: 타율 0.281(6139타수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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