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D-1]출발 반응시간이 100m서 차지하는 비중은 1%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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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본보 해설위원이 들려준 ‘단거리의 비밀’

성봉주 해설위원
성봉주 해설위원
육상 단거리는 100m와 200m, 400m 세 종목이다. 400m 정규 트랙 한 바퀴 이내에서 이뤄지는 경기다. 100m 세계기록은 9초58, 한국기록은 10초23이다. 결승선 기준으로 6m 정도 차이가 나는 시간이다.

세 종목 모두 무산소 운동이다. 무산소 운동은 일반적으로 숨을 쉬지 않고 달린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는 않다. 다만 운동이 빨리 끝나다 보니 산소를 이용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몸속에 축적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주로 사용할 뿐이다.

육상의 꽃인 남자 100m를 경기력 영향 요인으로 보면 가속 질주(출발 1보 후부터 최고속도 도달까지 약 60m) 64%, 최대 속도 유지(60∼80m) 18%, 속도감속률(속도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피니시까지) 12%, 스타팅블록 차고 나가기 5%, 반응시간 1%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100m 달리기를 하면 크라우칭 스타트에 따른 출발 반응시간(총성이 울린 뒤 선수가 첫 반응을 할 때까지의 시간)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닌 셈이다. 스타팅블록을 차고 나간 1보 이후 최고 속도(약 60m)를 낼 때까지의 가속 질주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록과 반응 시간을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서 출발 반응시간이 제일 빨랐던 리처드 톰슨(0.119초·트리니다드토바고)은 5위, 두 번째로 빨랐던 드웨인 체임버스(0.123초·영국)는 6위, 세 번째로 빨랐던 대니얼 베일리(0.129초·앤티가 바부다)는 4위였다. 출발 반응시간이 6위(0.146초)에 그쳤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위를 했다. 출발 반응시간도 중요하지만 가속 질주와 속도 유지가 경기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100m 기록 향상을 위해선 가속 질주 능력을 키운 뒤 속도를 유지하는 무산소 지구성 능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볼트는 시즌 전 400m 훈련으로 가속 질주 및 스피드 유지 능력을 키웠다. 볼트는 단거리 선수 가운데 스피드를 유지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그가 허리와 아킬레스힘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다면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은 볼트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체력과 기술 이외의 변수는 바람이다. 선수 뒤에서 초속 2m 이상의 바람이 불면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초속 2m 이내의 바람이 뒤에서 불면 최대 약 0.16초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트랙의 재질도 있다. 대구스타디움에 깔린 몬도트랙은 기록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돼 ‘마법의 양탄자’로 불린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뒤지는 이유는 중반 이후 레이스에 있다. 한국 선수들은 출발 후 30m까지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40m 이후 점차 간격이 벌어진다. 9초대 선수들은 40m 이후부터 초속 11∼12m의 최고 속도를 유지한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초속 10∼11m에 머물다 70m 이후에는 속도 감속률이 커진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은 40m 이후 최고 속도를 초속 12m대로 올리고 결승선까지 속도를 유지하는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성봉주 해설위원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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