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빤지 바닥에 연습볼도 없고… KPGA 챔피언십 씁쓸한 현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6일 07시 00분


“뭐! 연습장에 공이 없다고?”

KPGA 챔피언십을 이틀 앞둔 23일.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 골프장에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골프장은 36홀로 비교적 규모가 크지만 따로 연습장 시설은 없다. 그래서 대회가 열리면 골프장 아래쪽에 위치한 파3 골프장을 간이 연습장으로 활용한다.

말이 연습장이지 실제로는 동네 연습장만도 못하다. 급조한 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데다 시설도 엉망이다. 바닥에는 널빤지 위에 인조매트를 깔았다. 공을 한번 칠 때마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몇 십 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다.

더 황당한 건, 공을 산 아래 공간으로 날려 보내야 한다. 거리를 알 수도 없고 방향도 확인할 수 없다. 겨우 공만 치고 몸을 풀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습장만 만들어 뒀지 공을 비치해두지 않아 일찍 연습장을 찾았던 선수들은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연습용 공은 오후 2시가 다 돼 뒤늦게 비치됐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클럽하우스 앞에서도 작은 소란이 있었다.

이날은 공식 연습일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코스를 점검할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캐디(경기도우미)가 없으니 선수들이 알아서 백을 가지고 나가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사전에 공고되지 않았고, 당일 현장에 나온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당연히 캐디가 배치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은 허탈해 했다.

얼마 후 소란은 수그러들었다. 골프장 측에서 캐디를 배치하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될 일을 안 될 것처럼 얘기했다가 선수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골프장 측이 입장을 바꿨다.

KPGA 챔피언십은 한국오픈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54회째다. 하지만 역사에 비해 대회 환경은 초라했다.

A선수는 “이게 우리 골프의 현실이다. 그러니 선수들이 자꾸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 선수라면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우리도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25일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는 최호성(38)과 안재현(23), 김병준(29)이 나란히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선두로 나선 가운데 작년 KGT 투어 상금왕 김대현(23·하이트)이 5언더파 67타로 1타 차 공동 4위에 올랐다.

주영로 기자(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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