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에 메이저리그 감독된 잭 매키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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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김응용 삼성 라이온스 고문은 "다시 태어나면 야구 감독은 절대 안 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유는 너무 힘들어서다. 김 고문은 "야구 감독의 삶은 피를 말리는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이끈 '명장' 김경문 전 두산 감독도 지난 주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 성적 부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다. 이처럼 감독은 겉으로 는 화려해 보이지만 한없이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에선 80대에 치열한 현장으로 돌아온 노병(老兵)이 있어 화제다. 21일 플로리다 말린스의 감독 대행으로 선임된 잭 매키언 씨가 주인공이다.

1930년생으로 81세인 매키언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데이비드 샘슨 구단 대표가 "매키언 감독은 81세이지만 40대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3년보다 더 샤프해지셨다"고 덕담을 건네자 "고맙네, 조지"라고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플로리다가 구단주 특별 보좌역을 맡고 있던 '백전노장' 매키언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맡기기로 한 것은 팀 성적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플로리다는 전날까지 10연패를 당하는 등 6월 한 달간 한 번 이겼을 뿐 18번이나 패했다. 결국 에드윈 로드리게스 감독은 짐을 쌌고 매키언 감독에게 팀 재건의 특명이 떨어졌다.

매키언 감독은 2003년 약체로 평가받던 플로리다를 맡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4, 2005년에도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뒤 은퇴했다. 1973년 캔자스시티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샌디에이고, 신시내티 감독을 거치며 쌓은 통산 성적은 1011승 940패다.
이번 복귀로 매키언 감독은 전설적인 감독 코니 맥에 이어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 최고령 감독이 됐다. 맥 감독은 1901년부터 50년 간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를 이끌었는데 1950년 은퇴할 때 나이는 88세였다.

플로리다는 올 시즌 후 새 감독을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키언 감독이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던 2003년처럼 팀을 재건한다면 다년 계약을 할 수도 있다. 매키언 감독은 "난 아무래도 95세까지 감독을 할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이 말이 현실이 된다면 그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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