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소년가장’ 류현진 속은 숯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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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7시 00분


팀 분위기 다운될라…여전히 밝은 표정
부친 “얼마나 답답할꼬…요즘 살 빠졌어”
김시진 감독 “에이스다운 승부욕” 감탄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완투패 그 후

‘0.400→0.308→0.208→0.200→0.154’

올시즌 5차례 등판에서 류현진(한화·사진)이 기록한 피안타율 변화다. 시즌초반의 짧은 부진을 딛고, 괴물의 위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8이닝 2실점 10탈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위가 살아날수록 고독감도 커지고 있다.

5경기에서 승리는 단 한번 뿐. 26일에도 완투패를 당했다. 속이 상할 법도 하지만, 27일 류현진의 표정은 평소처럼 밝았다. 어려도 그는 가장(家長)이기 때문이다. 팀 분위기까지 다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속내를 가려도 주변에서는 그 마음을 헤아리는 법이다.

○소년가장의 아버지 류재천 씨

“다른 사람도 답답한데 자기 마음은 얼마나 타들어가겠어. 그래도 한 번 표시를 안 해요. 우리 아들이지만, 인성은 최고야.” 27일 목동. 아버지는 먼발치서 아들의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도 또 식사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식당 문밖에 서 있었다. 문밖을 흘깃 본 류현진이 나오려고 하자, 아버지는 손짓으로 답한다. “현진아, 다 먹고 나와.” ‘자식 밥먹는 모습만큼 부모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장면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전날 일이 속상하지도 않은지 그저 입맛이 좋은 아들을, 아버지는 미소만 띠며 바라볼 뿐이었다. “현진이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살 잘 안빠지는 체질인데….” 아버지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적장 김시진 감독

넥센 김시진 감독도 류현진의 전날 투구에 감탄했다. “상대선수지만, 정말 대한민국 에이스다운 피칭을 했어요.” 김 감독은 류현진의 완투패를 바라보며, 프로야구역사상 최다투구 승리투수기록을 달성할 때를 떠올렸다.

롯데 유니폼을 입던 1989년 4월14일 사직 OB전. 그는 14회까지 무려 219개를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10회가 넘어가면서부터 어깨가 아팠지만 코칭스태프의 요청에 꾹 참았고, 14회는 오기로 “내가 던지겠다”고 했다. 에이스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승부욕이었다. 26일 류현진도 그랬다.

○한화 한대화 감독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전날 류현진을 완투시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용덕 코치 통해서 그만 던지라고 했지. 주말경기도 있으니까. 그런데 자기가 더 던지겠다고 하더라고. 구위도 좋았으니까….” 7회까지 투구수는 105개.

결국 류현진은 127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류현진의 투구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감독은 “그래도 한계투구수는 130개 이하로 조절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투구수가 많아도 승리를 챙긴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 감독은 “그래서 현진이가 (승리 보다는) 방어율에 욕심을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동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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